[발언대] 대학 평가등 과장 아직도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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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대학교수협의회는 1997년 종합평가를 신청한 1백23개 대학에 대해 모두 합격판정을 내렸다. 아직도 상당수 대학이 교수임용의 불투명성, 시설 미비, 경영 부실 등으로 수준미달의 교육환경에 처해 있는데도 그처럼 모두 합격판정을 받을 수 있는 게 한국의 평가문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2001년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BK21 사업단 심사총평에는 과학기술 분야 26개 사업단 가운데 25개에 대한 평가가 '우수하다' '뛰어나다' '적절하다' '구체적이다' '잘 구성되었다' 와 같은 모호한 찬사들로 가득차 있었다.

하나의 사업단(의생명)에만 어느 정도 미래 지향적인 평가가 있었을 뿐이다. 건설적인 비판이나 미래지향적인 제안을 하는 진솔한 평가야말로 BK21 사업의 성공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몰라서 그랬을까. 대덕단지 소식지에는 세계 최초의 발견, 돈 보따리를 가져다줄 신개발들이 매년 수십개씩 쏟아진다. 하지만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이를 뒷받침하는 결과나 보도를 외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다.

성급하고 과장된 평가가 일시적으로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는 있겠지만 국제 경쟁력을 축적하는 측면에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연구사업단 선정평가 때 성취 가능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채 목표를 높게 설정한 사업단을 뽑고, 결과를 평가할 때는 예산 확보 및 여론을 의식해 관대하고 느슨하게 봐주는 그릇된 풍토는 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평가문화가 올바로 정착돼야 연구수행에 뚜렷한 자신도 없이 연구비를 받아 쓰고 이렇다 할 성과를 못내 국고를 낭비하는 무책임한 행위가 사라질 것이다.

오해수<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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