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과외 대신 학습지에 대한 관심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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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자녀들의 과외비로 가장들의 허리가 휘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사교육비(과외비)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처방이 잘못된 교육정책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시험문제를 쉽게 내고 무시험 전형을 크게 늘리는 정부의 교육개혁에도 오히려 과외비는 증가하고 있다. 쉬운 수능으로 변별력이 떨어지자 학생들은 대입전형 비중이 계속 늘어나는 내신 성적관리부터 과외에 맡기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과외하지 말고 학교교육에 충실할 수 있도록 내신을 강조하면 내신을 잘 받기 위한 과외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원초적으로 뜨거운 교육열이라고나 할까. 무조건 비난만 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과 열의가 우리의 교육현장에는 생생히 살아 있는 것이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교육 때문에 이민간다' 는 풍조도 퍼지고 있다. 교육 이민 러시는 점점 감당해내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과외비가 한 몫을 한다.

실제로 과외비 부담은 엄청나다. 지난 해 국내에서 과외교습을 받은 초.중.고교생의 총 과외비 지출은 우리 교육재정 규모의 31.4%인 7조1천2백76억원으로 추정됐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밝힌 2000년 과외비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는 99년 6조7천7백19억원에 비해 약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전체 학생을 기준으로 지난 해 1인당 평균 과외비로 88만9천원이 들어 99년 86만5천원보다 2만4천원이 늘어났다. 과외를 받고 있거나 받았던 학생들을 기준으로 할 때는 연간 과외비가 1백33만5천원으로 역시 99년 1백25만7천원보다 7만8천원 증가했다.

과외비가 갈 수록 늘고 있으나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가르치고 싶은 학부모들의 한결같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대안은 없는가. 효과적이면서도 저렴한 비용이 최대 강점으로 꼽히고 있는 학습지는 과외비 부담을 덜어주는 과외수단으로 다시 한 번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분류한 과외 종류는 입시 및 보습학원, 개인 및 그룹과외, 특기 및 재능학원, 학교내 방과후 과외, 학습지 및 전화.팩스.인터넷 등 통신과외, 취업준비를 위한 학원 등이다.

이중 지난 해 학생들이 경험했던 과외는 입시 및 보습학원이 전체의 28.8%로 1위, 특기 및 재능학원이 25.6%으로 2위, 학습지 및 통신과외가 23%로 3위를 차지했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특기 및 재능학원이 42.4%로 1위, 학습지 및 통신과외가 37.2%로 2위에 올라 있다.

10여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학습지는 정기적으로 집에 배달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저렴한 가격에 지도교사가 교재를 들고 방문하는 학습관리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학습지 구독은 근래 연간 10~20% 정도의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현재 전국의 학습지 회원은 6백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시장규모는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학습지의 가장 큰 특징은 비용이 단일과목의 경우 과목당 월 회비가 2만~3만원으로 고액 과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싸다는 점이다. 정부의 조사결과 학습지 및 통신과외비로는 지난해 학생 1명당 평균 51만9천원이 들었다. 반면 개인 및 그룹과외는 1백28만8천원이었으며 입시 및 보습학원은 1백22만원8천원, 특기 및 재능학원은 91만3천원이 소요됐다. 학습지와 인터넷 과외비용은 다른 일반 과외 형태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인 셈이다.

학습지는 이와 함께 교사가 1주일에 한 번 정도 개별 방문해 현장지도를 하는 경우가 많아 1대1 수업의 효과가 큰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교육비 비중이 큰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하면 학습지는 과외비 압박을 덜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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