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위상 강화' 원칙…차기주자들 제각각 해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이 '당 위상 강화' 원칙을 밝힌 뒤 여권내의 차기 후보군에서 미묘한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당무의 개별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평.지시하지 않겠다' (14일 청와대 주례보고)는 金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한 구체적인 후속대책을 이번주에 마련할 방침이다.

그 중에는 金대통령이 주재하는 최고위원 회의를 월1회 열고, 주요 정책.인사에 대한 심의.건의권을 최고위원들에게 주어 당 정책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김중권(金重權)대표의 金대통령 독대(獨對)문제도 당.정.청와대의 3자 관계를 새로 설정하는 차원에서 거론된다.

그러나 '당 우위론' 에 대해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측은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나 아직(정부에 비해)역량과 시스템이 미흡하다" "당이 정치적인 우위에 서서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 이라고 주장했다. 당 관계자는 "金대표측이 여권 권력운영의 주도권을 잡는 데 대한 우려도 깔려 있는 것 같다" 고 분석했다.

특히 노무현(盧武鉉)상임고문은 "金대통령의 언급은 당이 정국을 자율적으로 주도하지 못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 이라며 다른 해석을 했다.

정풍(整風)파동의 한복판에 섰던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은 "당 우위론보다 당 운영에 소속 의원들의 참여 폭을 확대하는 게 급선무" 라는 의견이다. 동교동계 핵심인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한 측근은 "당 운영의 모양새보다 당정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당의 의견을 정책수립 초기단계부터 반영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박상천(朴相千).정대철(鄭大哲)최고위원도 각각 다른 처방을 내놓았다.

여권 관계자는 "차기 주자들의 발언에는 金대표 견제심리가 깔려 있다" 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金대표측은 "당 우위론은 의원 워크숍(5월 31일)에서 나온 얘기를 종합한 결과" 라며 "金대통령의 집권 후반기에 정국이 악화하면 거꾸로 金대표가 안게 될 부담도 커진다" 고 주장했다. 어쨌든 민주당 내에선 "당 우위론과 그에 따른 정국운영의 결과가 차기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 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양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