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 늘리려던 총재실 '눈총'에 멈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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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요즘 당직자들과 주변에 "가뭄이다, NLL침범이다 해서 민심이 흉흉할 때 국민들의 눈총을 받거나, 오해 받을 일은 일절 하지 말라" 고 강조하고 있다. 당내에선 이를 '몸조심령(令)' 으로 받아들인다.

지난주 李총재의 새 승용차(현대 에쿠스)번호를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는 해와 같은 숫자" 라는 말이 나왔던 '2002' 에서 '8×××' 로 바꾼 것도 공식적으로는 "번호가 알려져 경호상의 어려움이 있다" (權哲賢대변인)고 설명했지만, 실제는 이런 맥락에서라고 한다.

소유권.주소지를 변경할 때만 가능한 번호판 교체를 위해 한나라당은 경찰청에 특별히 협조요청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이 대선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새로 주문한 버스 제작을 놓고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

당초 "(대선 때)유세 강행군과 경호측면을 감안해 총재용 좌석을 항공기 좌석 스타일로 개조할 필요가 있다" 는 의견이 나왔지만, "없었던 일" 로 결론난 것.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한나라당은 李총재의 경호 강화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총재실은 현재 6명인 경호원을 적어도 두배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3일 李총재가 가뭄 현장 방문을 위해 버스에 올랐을 때 당사 앞에서 농성 중인 전교조 노조원 한명이 신발을 벗어 던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총재실 관계자는 "李총재의 외부행사가 늘어나면서 경호 보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론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 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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