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외자유치 소식 계속 터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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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기다리는 비는 충분히 내리지 않는 가운데 노동계 연대파업에다 날씨마저 덥다. 그래도 지난주 말엔 하이닉스반도체의 외자유치 성공 등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지난주 미국 증시가 크게 출렁인 가운데에서도 국내 증시가 지탱한 것은 기업 구조조정 관련 호재가 나왔기 때문이다. 여야 3당 의원들이 함께 발의한 구조조정촉진특별법 제정 움직임과 하이닉스의 외자유치 등은 민주노총의 파업과 외국인의 팔자 우세 속에서도 증시의 버팀목이 되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오는 25일부터 6천억원을 증시에 투입할 국민연금이 이번 주에 이를 맡을 운용사를 선정하는 것도 증시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금주에는 지난주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들이 많다. 하이닉스가 몰고 온 낭보는 미국 AIG와 협상 중인 현대투신의 외자유치 및 대우자동차 해외 매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민영화를 위해 오는 27일까지 나라 밖에서 기업설명회를 하면서 25억달러의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하려는 한국통신에도 청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해외 DR 발행으로 12억5천만달러를 충전하는 하이닉스가 당장 자금 때문에 허덕이는 상황을 벗어나면서 우리 경제를 짓눌러온 '현대 사태의 짐' 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현대건설과 현대투신, 하이닉스 등 핵심 기업에서 현대를 빼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의 가닥이 잡히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채권단이 총 2조9천억원을 지원하는 출자전환과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 방안이 마무리 단계다. 하지만 차입금의 만기를 내년 이후로 미루지 않으면 어렵다는 외부 컨설팅 기관의 진단을 지난주에 받은 현대석유화학이 걱정거리다. 채권단은 현대석유화학에 대한 추가 지원에 고개를 저으면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움직임이다.

지독한 가뭄 때문에 경제도 헉헉대고 있다. 벌써부터 농수산물의 생산에 차질이 생겨 물가가 올랐고 성장률이 낮아지게 생겼다. 그런데 산업 현장은 연대파업으로 소란하고, 수출 등 우리 경제의 의존도가 큰 미국과 일본의 경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여전히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짜야 하는 정부로선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5조원대의 추경예산 편성 방침은 이미 세웠으며 성장률은 연초 전망보다 다소 낮은 4~5%로, 소비자물가는 3%대의 관리목표를 유지하면서 억제할 태세다.

수출보다 수입 감소율이 더 크기 때문에 늘어나는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환율을 안정시키며, 지금까지 펴온 정책을 크게 고치지 않는 쪽으로 금주에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의 골격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드디어 주말께 장마가 올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흡족하되 지나치지 않은 빗줄기를 기대하면서, 산업현장에서도 이와 버금가는 시원한 소식을 만드는데 노사가 힘을 합칠 때다.

양재찬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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