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앞으로 당무 지시 안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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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이 14일 "(앞으로)당무의 개별 사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논평하거나 지시하지 않겠다" 고 밝혔다. 김중권(金重權)대표로부터 주례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다.

金대통령은 "지난번 청와대 최고위원 회의(4일)에서 金대표를 중심으로 최고위원들이 당을 책임지고 운영하도록 맡겼다" 고 강조했다.

◇ 굵직한 국정에 전념 =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경제회복· 남북문제 등 굵직한 국정에 전념하는 대신 당이 정치를 책임지도록 주문한 것" 이라고 해석했다.

주례보고에 배석했던 한 당직자는 "일상적인 당무를 떠나겠다는 의지로 느껴졌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권 내부에선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의 집권 후반기에 당.정.청와대 간의 권력운용 시스템이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고 전망했다. 정풍(整風)소장파들이 주장했던 '당 우위론' 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민주당은 청와대 주례보고 방식을 바꿔 매월 金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최고위원 회의 때 당3역(사무총장.원내총무.정책위의장)이 배석해 보고하는 방식을 검토키로 했다.

◇ 金대표의 독대(獨對) = 이와 함께 정풍 파문 뒤 구성한 당 발전위(위원장 朴尙奎총장)는 金대표가 金대통령을 단독으로 면담하는 방안을 건의할 방침이다.

金대표와 당의 위상 강화를 위해 '독대' 자리를 자주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청와대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이 金대통령의 주례보고에 배석해 왔다.

그러나 다른 당관계자는 "金대표의 독대 기회가 늘어날 경우 金대표가 차기주자 행보를 해선 안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고 전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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