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선언 1년… 남북경협 '특이사항 없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5일로 지난해 평양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열린 지 1주년이 된다. 당시 기업들은 역사적인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에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북한의 인력과 자원.시장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동안 네 차례 장관급회담, 두차례 실무회담에 이어 지난해 12월 남북경협추진위원회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경협관련 협상이 있었다. 지난해 말에는 이중과세방지협정.투자보장협정.분쟁해결절차.청산결제절차 등 4대 제도적 장치의 문안에 합의했으며, 현재 국회 비준 등 마지막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 경협은 소강국면〓기대도 크고 협상도 요란했지만 막상 경제협력은 소강 국면이다. 무엇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직접투자(협력사업 승인)가 한 건도 없다. 다만 북한에 이미 진출한 중소기업들이 위탁가공사업 분야를 점차 늘리고 있는 추세고, 2~3년 전에 직접투자 승인을 받은 몇몇 기업이 북한에 공장을 완공한 정도다.

지난해 9월에 완공된 통일그룹의 남포 평화자동차 수리.개조공장이나 지난해 상반기 가동에 들어간 태창의 금강산 샘물공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통일부가 집계한 남북경협 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현재 임가공사업을 하는 국내기업은 1백52개, 직접투자승인을 받은 업체는 18개(정상회담 이전 승인분)로 남북경협은 아직 중소기업 중심의 임가공 무역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와 관련, LG그룹의 북한사업을 총괄하는 LG전자 지역개발팀 관계자는 "남북한 관계가 안정적이지 못한 데다 북한의 개방의지가 불명확해 사업을 더 벌이지 못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상만 중앙대 민족통일연구소 소장은 "투자보장협정 등 제도적 장치가 비준절차를 거쳐 발효되면 경협이 확대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 임가공.IT분야는 다소 활기〓오디오테이프 생산업체인 성남전자는 지난달 말 평양에 절전용 조명기구 조립공장을 완공했다. 매월 평양공장에서 1백50만개씩 테이프를 조립 생산해 들여 오던 이 회사의 변동호 사장은 지난 11일 북한에 들어가 현지에 머물며 제품을 북한 내수용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한국코아는 지난해 10월 변압기 핵심부품인 코아의 생산설비를 북한측에 보내 현지생산 체제를 갖췄다. 매달 북한에서 1만개 안팎의 구두를 생산해 반입하는 엘칸토는 핸드백.지갑.허리띠 생산을 추진 중이며 이를 위해 15일 엘칸토 기술진이 방북할 예정이다.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은 오는 18일부터 4박5일 동안 평양을 다시 방문한다. 지난 2월 趙사장은 金국방위원장의 상하이 방문 직후 바로 초청장을 받았고, 북한 당국은 趙사장의 방북 때 이례적으로 항공료를 부담하기도 했다.

영상커뮤니케이션 솔루션 업체인 우암닷컴 송혜자 사장은 지난 3월 평양에 들어가 조선컴퓨터센터 등과 영상커뮤니케이션 장치 협력방안을 협의했고, 지난 4월 우암닷컴의 기술진이 화상회의 솔루션을 평양에 시범설치했다. 정부는 지난달 하나비즈닷컴과 엔트랙을 남북 정보기술(IT)분야의 첫 협력사업자로 선정해 북한과의 IT협력사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고윤희.송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