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력지원 카드 남북대화 '촉매' 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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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북(對北)전력지원을 북.미 현안과 연계하지 않겠다는 임동원(林東源)통일부 장관의 14일 발언은 미묘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심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과 대북 전력지원을 연계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 부시 행정부와의 외교 현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전력지원은 한국의 최대 협상카드" =대북 전력지원은 우리 정부가 북측에 제시할 수 있는 최대 협상카드라는 게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력난 해소는 경제회생을 국가목표로 삼고 있는 북한에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林장관이 이날 "대북 전력지원을 북.미 현안 해결과 연계하지 않겠다" 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林장관은 이날 "북한에 대한 전력지원을 김정일(金正日)위원장의 답방과 연계할 생각이 없다" 고 밝히기는 했으나, 정부는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남북관계 진전의 결정적 돌파구로 생각하고 있어 답방카드로 대북 전력지원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연계방안 검토 중' =이 사안이 우리 정부의 의지대로 추진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미측은 지난 2월 한.미 외무장관회담에서 "대북 전력지원 문제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지 말고 (미국과)긴밀히 협의해 결정해 달라" 고 우리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또 한반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어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외교협의회(CFR)는 대북 전력지원과 관련된 보고서를 미 행정부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대북 전력지원을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과 연계해야 한다는 건의가 들어 있다.

또한 林장관도 밝혔듯이 미국 조야의 인물들이 북.미 현안 해결과 대북 전력지원을 연계할 것을 부시 행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도 우리 정부의 반발을 의식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으나 미국이 북.미관계 진전을 조건으로 대북 전력지원을 북.미 현안과 연계하겠다는 방안을 들고 나올 수도 있어, 그때 우리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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