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기업 몰락으로 미 직장인 패션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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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닷컴기업의 몰락이 미국 직장인들의 패션을 정장과 복고풍으로 되돌려놓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닷컴기업들의 성장과 함께 성공과 자유의 상징으로 유행했던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은 이제 직장에서 무례와 방만의 상징으로 비춰지고 있으며, 정장스타일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지가 14일 보도했다.

캐주얼의 쇠퇴는 경기 후퇴와 관련이 깊다. 직장인들은 불황기 땐 거래처 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정장이 더 유리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뉴욕의 한 패션컨설팅회사 관계자는 "닷컴붐을 타고 자유로운 캐주얼 복장이 한때 일반 회사에서도 유행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며 "요즘 직장인들은 정장이 직장상사나 거래 관계자들에게 보다 나은 인상을 준다고 여긴다" 고 말했다.

캐주얼을 금지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미국 인사경영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99년엔 대상기업의 95%가 캐주얼을 허용했으나 지난해 말엔 이 비율이 87%로 떨어졌다.

불황 탓에 캐주얼에 대한 직장내 인식도 나빠졌다. 캐주얼이 업무능률을 저해한다는 게 이유다. 지각이나 결근을 조장하며, 근무집중도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캐주얼이 물러가면서 자연 정장 판매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NPD는 위싱턴.뉴욕의 남성용 와이셔츠와 양복 바지 매출이 99년엔 각각 2%, 11% 줄었으나 지난해에는 4.2%, 11.6% 늘었다고 밝혔다.

캐주얼을 즐겨 입었던 클린턴이 물러나고 정장을 강조하는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것도 복고풍 스타일에 한몫했다. 워싱턴 정가의 패션이 사회전체에 미치는 영향력도 꽤 크다는 것이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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