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아파트 주민에게 세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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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984년부터 한 아저씨가 아침.저녁으로 우리 아파트 주민들의 승용차를 세차한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아저씨 대신 젊은 여성이 차를 닦고 있었다. 나는 궁금해서 "세차하는 분이 바뀌었나요?" 하고 물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수술을 받아 3주 정도 입원해 계셔야 하기 때문에 제가 대신 하러 왔어요. 잘못 하더라도 꾸짖지 말아 주세요" 라고 대답했다. 곧 이어 한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아드님도 아버지를 도와드리는군요" 라고 말을 건넸는데 알고 보니 사위였다.

백년손님인 사위가 장인 대신에 땀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저녁에는 그녀가 유모차를 앞세우고 남편과 다시 세차하러 왔다. 그 옆에 남학생도 있었다. 그녀는 "세차 때문에 남편은 회사에 일주일 휴가를 냈고 남동생은 수업이 끝나고 바로 이곳으로 왔어요" 라고 했다. 아버지와 차주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갓난 아기를 가진 딸과 휴가를 낸 사위가 애쓰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아저씨가 하루 빨리 완쾌해 다시 행복한 가정을 이루길 기원한다.

이교철.서울 송파구 가락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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