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 피플] 강원도 고성군 김현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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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동해안 해변이 한눈에 보이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 7번 국도변의 옛 고성군 농특산산물 판매장.

지상 3층 규모의 이 건물 2층에 지난 4월 국내 유일의 해초음식 전문 식당인 ‘해초마을’이 문을 열었다.

고급 레스토랑을 연상케 하는 이 식당에는 해초음식으로 미래의 외식업계를 선도하겠다는 김현철(金鉉哲·41)씨의 꿈이 영글고 있다.

金씨는 이곳에서 자신이 개발한 해초 음식을 판매하며 연구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고성군 출신인 金씨가 해초음식 연구에 뛰어든 것은 서울에서 수산물 중개인으로 일하던 1989년이다.

“농약 등으로 오염된 육상식물이 아닌 순수 해양생물을 이용한 음식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金씨는 “해초류에는 인체내의 노폐물과 중금속 ·콜레스테롤 등 유해물질을 흡수,제거하는 알긴산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각종 연구결과를 접한 뒤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金씨는 수산물 중개업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와 승마장과 토속 음식점을 운영하며 해초음식 개발에 뛰어들었다.

96년에는 연구소인 ‘해초마을’을 설립,영양학과 출신 직원을 채용하고 해초류 저장창고를 설립하는 등 체계적인 연구를 했다.99년 해초묵 제조특허에 이어 지난해에는 ‘해초 가식성 조성물’에 대한 발명특허를 취득했다.

金씨가 지금까지 개발한 음식은 해초비빔밥 ·해초용궁탕 ·해초용궁채 ·해초피자 ·해초가스 ·해초잡탕 등 30여가지.한식은 물론이고 중식 ·양식 등이 망라돼 있다.

이 음식들은 고성군 앞바다 청정해역에서 채취한 진저리 ·진동아리 ·고르메 ·쇠미역 ·대박 등 10종의 해초류와 성게 ·전복 ·대합 ·멍게 ·칼조개 등 10종의 해양생물만을 사용해 만든다.

소스도 조개 삶은 물과 성게를 혼합해 만드는 등 육상식물은 전혀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해양생물과 육상생물을 혼합해 만든 기존의 음식과 차별된다.

해초음식 개발을 위해 10억여원을 투입하면서 金씨는 승마장과 토속음식점 문을 닫았고 은행 빚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 불량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한때 깊은 좌절에 빠지기도 했으나 지난해 6월 해초국㈜이라는 새 간판을 내걸고 재기의 다지고 있다.30여명에 이르던 직원도 6명으로 줄였다.

해초음식 시판에 나선 金씨는 앞으로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와 제휴해 국내 ·외 외식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金씨는 “세계적으로 해초류를 이용한 화장품과 혼합식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나 순수한 해초음식 개발은 처음이어서 미래의 벤처사업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맥도널드와 KFC처럼 세계 굴지의 외식업체로 키우는 것이 꿈이다”며 활짝 웃었다.

고성=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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