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파업 타결] 노· 사 모두 상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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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이 이틀 만인 13일 밤 타결돼 대한항공은 조만간 정상 운항이 가능해졌다.

파업을 계속 중인 아시아나 노조의 타결 가능성도 커졌다.

◇ 13일 저녁 돌파구 = 노조는 ▶15개 수당 인상▶운항규정 심의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외국인 조종사 감축 등을 내걸고 파업 전야인 11일 오후부터 사측과 철야협상을 벌였다.

노조는 "이번 파업은 안전을 위해 근로조건을 개선하려는 것" 이라며 12일 새벽 교섭과정에서 임금부분에 대해서는 요구안을 철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측에서 "운항규정 심의위에서 노사 동수일 때 부결이라는 노조측의 주장은 경영권 차원의 문제라 받아들일 수 없다" 고 거부함에 따라협상은 난관에 봉착했고 결국 오전 5시30분 노조는 '파업 돌입' 을 선언했다.

돌파구가 마련된 건 13일 오후 6시쯤. 조종사들의 파업이 계속되면서 대한항공은 14일 투입 가능한 운항 승무원이 24개팀에 불과할 정도로 비상 운항이 한계에 달했다.

노조측도 "13일 안으로 복귀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겠다" 는 사측의 최후통첩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여론마저 악화되자 발을 뺄 명분을 찾는 상황이었다.

결국 노사는 오후 9시쯤 노조가 ▶운항규정 심의위 노사 동수 구성 및 가부 동수일 때 사장이 결정▶외국인 조종사 연내 동결 및 2007년까지 25% 감축 등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민.형사상 책임을 최소화하는 조건으로 합의문에 서명했다.

◇ 파업 후유증 극복이 과제 = 그러나 노사간 골을 메우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사측은 협상 과정에서 "더 이상 밀릴 경우 앞으로 조종사에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고 판단, 적극적인 협상보다는 공권력 투입 등 정부의 개입만을 바라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협상장 주변에서는 "타결 여부에 관계없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 간부들은 더 이상 조종간을 잡을 수 없을 것" 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기도 했다.

민주노총 총파업의 전위로 나선 노조도 여론의 비판을 받은 임금인상 요구 외에 관철이 어려운 운항규정 심의위 문제 등을 들고 나와 불법 파업까지 강행하는 무리수를 뒀지만 결국 큰 수확없이 여론의 눈총을 받는 처지가 됐다.

◇ 14일 오후부터 운항 정상화 시작 = 정상적인 항공 운항은 물리적으로 며칠간 어려울 전망이다. '조종간을 잡기 전에 최소한 12시간의 휴식을 가져야 한다' 는 항공법 규정상 14일 오전 중에는 당장 투입이 불가능하다. 또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예약을 다른 항공사로 돌려 놓은 항공편도 많아 정기편을 모두 띄우기도 쉽지 않다.

대한항공 인천공항지점 관계자는 "결국 완전 정상화는 주말께에나 가능할 것" 이라고 말했다.

◇ 아시아나에도 영향 미칠 듯 = 조종사를 제외한 직원 노조가 파업 중인 아시아나항공도 조만간 정상화될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달리 기본급 인상 등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상황인데다 대한항공 파업이 타결된 만큼 더 이상 시간을 끌기에는 노사 양측의 부담이 크다. 14일 국제선 5편이 결항되는 등 비노조원을 통한 비상 운영도 한계에 달해 있다. 때문에 14일 중 타결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창우·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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