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 신두리 사구 '생명의 물 탱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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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예정인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사구(沙丘.모래언덕)에서 최악의 가뭄에도 물이 쏟아 주민들에게 '생명의 물 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모내기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이 일대 농민(1백16가구)들은 지난 2일 면사무소에서 한해 대책기금 3백여만원을 지원받아 사구 인근의 모래밭을 팠다.

1.5m쯤 파내려가자 물이 콸콸 솟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50평 정도의 샘 5곳을 파, 이곳에서 나온 물로 지금까지 8천여평의 논에 모내기를 마쳤다.

신두리 이장 최기식(61)씨는 "오래전부터 사구 주변에서 손으로 모래언덕을 파 샘솟는 맑은 물을 그냥 마시기도 했다" 며 "모래 언덕 덕분에 1천여평의 논에 모내기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고 말했다.

해안에서 지하수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민물과 바닷물의 비중차이 때문이다. 비중이 낮은 민물(1)이 바닷물(비중 1.027)을 밀고 나가지 못해 해안에 고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지하 지질이 모래나 자갈인 사구의 경우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이 많아 물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충남대학교 지질학과 정공수(鄭公洙.52)교수는 "물의 흐름이 아주 느린 지하에서는 민물과 바닷물이 서로 섞이지 않고 경계가 형성된다" 며 "하지만 지하수를 지나치게 퍼내면 바닷물이 지하수가 있던 공간을 차지해 관정을 뚫어도 짠물만 나온다" 고 설명했다.

1만5천년전부터 바람에 의해 형성된 신두리 사구는 해안선을 따라 길이 1㎞.폭 1.2㎞.높이 15m규모다.

문화재청은 사구가 희귀생물이 많고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큰 것으로 보고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중이다. 환경부도 연말까지 이 사구를 '생태계 보전지역' 으로 공식 지정할 방침이다.

태안=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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