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서도 '가치주' 주도 시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기술(IT)주에 가려 뒷전에 밀려있던 가치주들이 최근 코스닥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백세주로 유명한 국순당은 13일 연이틀 상한가를 기록했고 패션내의 전문업체인 좋은사람들은 3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또 코스닥의 간판 가치주인 국민카드는 13일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한가에 올라섰다. 매일유업.두림티앤씨.케이디엠 등 실적이 좋은 가치주들도 이번주 들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인디시스템.한국정보공학 등 코스닥의 기술주들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증시 관계자는 "코스닥의 가치주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뒷받침되는 데다 조정을 받더라도 곧 반등하고 있어 상승세가 쉽사리 누그러지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지난 11, 12일 이틀 동안 좋은사람을 13만주(1.12%)사들였고, 국순당도 17만주를 순매수했다. 또 지난주까지 국민카드를 순매도했던 외국인들은 이번 주 들어 10만주의 순매수로 돌아섰다.

코스닥의 가치주를 보는 외국인의 시각도 달라져 메릴린치는 지난 12일 보고서에서 "국민카드가 올들어 5개월동안 연간 추정치의 60%인 2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며 '장기매수' 투자의견을 냈다.

전문가들은 기술주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최근 거래소에서 태평양 등 가치주들이 맹위를 떨친 것도 코스닥 가치주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수출보다 내수가 먼저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국순당.좋은사람들.매일유업 등 내수관련 가치주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시장의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분석이 고개를 들면서 기술주의 대안으로 가치주가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정태욱 이사는 "IT주들이 강하게 반등하지 않는 한 가치주의 강세가 이어질 것" 이라며 당분간 가치주들이 코스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鄭이사는 "IT주들은 대세상승기에 접어든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 이라며 "미국 경기가 4분기에나 회복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IT주 반등시기는 의외로 늦어질 것 같다" 고 내다봤다.

가치주가 각광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머니게임 양상을 보였던 코스닥시장에도 실적을 따지는 정석투자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굿모닝증권 박재석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성장성에만 초점을 맞췄던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실적을 따지기 시작했다" 며 "기관과 외국인들이 골고루 보유해 수급이 안정됐고 실적이 좋은 코스닥 가치주의 진가가 발휘되고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