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넉넉한 파업'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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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틀째인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파업농성은 '보통 노조원' 들의 그것과는 좀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지난 12일 중앙대 캠퍼스에서의 농성 첫날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선글라스. 그날 밤 대학극장으로 장소를 옮기기 전까지 절반 이상이 착용했다. 그 중엔 몇몇 고가 브랜드의 선글라스도 눈에 띄었다.

음식.음료수의 질과 양도 다르다.

이들이 집결한 중앙대에는 2.5t 냉장차 두대가 동원돼 냉커피.콜라.생수 등을 계속 공급한다. 인원이 8백여명이지만 도시락은 1천인분씩 들여와 학생회 학생들에게까지 나눠준다. 대개 1천원대의 비싸지 않은 도시락과 생수 한 병 정도가 고작인 일반 노조와는 대조적이다. 침낭과 매트리스도 한사람에 한개씩 지급됐다.

이들은 또 대학극장에서 파업 관련 영화를 관람하거나 노조와 관련한 법적 문제 등에 대해 외부 강사를 불러 강의를 듣는 등 '엘리트 노조' 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강의를 받을 때에도 노조원들은 진지한 분위기에서 적극적으로 강사에게 질문하거나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직업 특성상 자주 모이기 힘든 이들은 대부분 단체 행동에 익숙지 않은 표정들이다. 입사 13년차인 K기장(43)은 "파업가 등 노동가요를 부를 땐 가사를 몰라 수첩을 꺼내야 한다" 며 어색해했다.

일부는 12일 저녁 경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취재기자에게 "전경도 함께 오는거냐" "대우차 노조처럼 강제 진압하는 것 아니냐" 고 묻는 등 당황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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