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지금] 분당 소년축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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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3일 오전 10시 경기도 분당의 중탑초등학교 운동장.임시로 설치한 미니 축구장에서 초등학교 3∼4학년 그룹 ‘팰콘스’와 ‘진도리스’가 맞붙었다.

진도리스팀 이주혁(11 ·서현초)군이 드리블로 상대팀 선수를 비껴가며 왼쪽발로 슛,골인-.“와우,바로 이맛이야-.” 진도리스는 이날 6대5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먼지를 뒤집어 쓴 채 “한게임 더!”를 외치는 이 어린이들은 ‘분당 소년축구단’.

엘리트 축구가 판치는 한국에 클럽축구 문화를 만들어보자며 한국유소년축구회(카이사)가 지난해 가을 첫번째로 창단한 팀이다. 이후 강남과 전국 각 지역에 소년 클럽축구단이 속속 생겨나 현재는 12팀이나 됐다.

분당 소년축구단 선수들은 지난해 가을리그와 올해 봄리그를 거치면서 축구의 맛을 알게 됐다.처음엔 무작정 공을 좇아 우루루 몰려가던 선수들이 이제는 드리블과 헤딩을 제법 구사하고 경기흐름을 읽고 있다.창단때 80명이었던 회원들도 어느새 2백여명으로 늘어났다.

카이사 이제연 과장은 “일본은 20년전부터 어린이 클럽 축구가 뿌리를 내렸지만 우리나라는 지금에서야 클럽축구에 눈을 떴다”며 “이제 분당 소년 축구단에서도 일본의 나카타 같은 훌륭한 선수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어린이 선수들은 매주 토 ·일요일 운동장에 모여 한시간 동안 기술강의를 들은 뒤 곧바로 실전 경기를 벌인다.팀은 유치부,1∼2학년,3∼4학년,5∼6학년 등 4개그룹으로 분류된다.

각 그룹은 또다시 진도리스(진돗개) ·팰콘스(독수리) ·돌핀스(돌고래) ·프로기스(개구리) 등 4개팀으로 나뉘어 리그전을 벌인다.

소년 축구단은 ‘3무(無)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첫째,골키퍼가 없다.어린이 축구에서 ‘골가뭄’은 곧 지겨움.골을 많이 넣는 재미를 주기 위해 골키퍼를 아예 없앴다.

둘째,포지션이 없다.경기를 하면서 스스로 자기 적성에 맞는 위치를 찾아가기 때문에 미리 지정해줄 필요가 없다.

셋째,남녀차별이 없다.여자선수를 특별히 우대하지도 무시하지도 않는다.

여자선수인 조수현(11 ·대현초)양은 “남자애들이 처음엔 여자라고 얕보았지만 경기를 하면서 차차 같은 팀원으로 생각했다”며 “몸싸움할 때 약간 밀리는 게 흠”이라고 아쉬워했다.

경기방식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의 교수방식도 특이하다.현역 축구선수 ·축구심판 ·체육교사가 코치를 맡고 있는데 이들은 선수들을 대할 때 존칭어를 사용한다.

윤찬희 코치는 “윽박지르거나 명령조의 말로는 재밌는 축구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운동장엔 또다른 코치 선생님이 있다.바로 선수들의 부모님들이 주축이 된 '인성코치' 들이다.이들은 경기가 끝난 뒤 아이들이 뒷정리하는 것을 도와주고 경기중 욕설이 터져 나오면 이를 지적해 바로 잡아준다.

김수현(13 ·청솔중)양은 “그래도 축구경기를 보는 것보다 직접 뛸때가 훨씬 박진감 넘친다”며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잔디구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분당축구팀은 오는 7월 일본 소년 클럽축구팀과 일전을 남겨두고 있다.

가입문의 031-717-0878.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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