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구를 위한 총파업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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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온나라가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타들어가고 있고, 어린이들이 저금통을 깨 가뭄 극복 성금 대열에 앞다퉈 참여하고 있는데도 민주노총은 예정대로 내일 2백여 사업장이 참여하는 연대파업 투쟁을 강행할 태세다.

대체 누구를 위한 파업인지, 그리고 지금이 어느 땐데 이러고들 있는지 정말 답답하기만 하다. 반도체값은 떨어지고 있고, 철강.조선 등 주력 수출 품목들에 대한 통상 압력은 갈수록 심해져 그동안 국민 경제를 끌어왔던 수출마저 전망이 매우 어둡다.

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한해(旱害)로 채소값도 크게 올라 물가 상승 압력도 만만찮다. 하반기 경기 회복론을 펴던 낙관론자들도 점차 비관론이나 불확실론의 대열에 가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대규모 파업은 나라의 장래를 위태롭게 할 소지가 있다.

외환위기 이후의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고통은 컸으며, 정부와 사용자의 무준비.무계획으로 치르지 않아도 될 고통도 겪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살 길은 철저한 구조조정밖에 없으며, 과감한 부실 정리와 이에 따른 대규모 감원은 '미래를 위한 투자' 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상당히 고소득층인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수당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사회보험.지역난방공사 등 구조조정이 가장 부진한 공기업 노조가 구조조정 철회를 주장하며 연대파업에 나선다는 것은 크게 잘못됐다.

올 들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외국인 투자에도 이번의 대규모 시위가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파업으로 노조의 요구가 수용된다면 더욱 큰일이다. 부실 기업 정리와 공기업 민영화 등 구조조정은 이제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조금이라도 국민을 생각한다면 내일의 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오히려 파업하겠다는 단위 노조들을 말려야 한다. 특히 국민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항공 대란을 초래할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파업을 금지한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에 따라야 한다. 나라와 국민이 살아야 노조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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