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가뭄' 앞으로 보름이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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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앞으로 보름이 문제다.

석달 이상 계속된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이미 농작물 피해가 엄청난 가운데 이달 하순에야 비다운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여서 올 농사에 비상이 걸렸다.

농업 전문가들은 "이 기간 중에 모와 밭작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최악의 흉작이 예상된다" 고 말했다.

식수와 공업용수도 비상이다. 전국 38개 자치단체에서는 수돗물이 끊겨 소방차로 식수를 공급하고 있으며, 전국 용수댐 8곳의 저수율이 36%대로 떨어져 가뭄이 계속될 경우 공장가동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8일 관계부처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가는 등 '가뭄과의 전쟁' 에 나섰다.

◇ 제한 급수〓춘천시 남산면 강촌1리 주민들 사이에는 요즘 "세수했습니까" 라는 말이 인사가 됐다. 지난달 20일부터 간이상수도가 말라붙어 하루 두차례씩 소방차로 식수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8일 현재 전국 4만4천6백여가구 16만여명이 제한 급수를 받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11개 시.군으로 가장 많고 ▶충북▶경남▶강원 순이다.

◇ 농작물 흉작〓농촌진흥청 김동직 지도사는 "논도 그렇지만 밭작물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고 말했다. 모의 경우 논바닥이 완전히 마른 후 열흘 이상 지나면 5~10%, 20일 이상은 20~30% 정도가 말라죽는 등 피해를 보게 된다.

밭작물은 특히 자생력이 약해 현재의 기상예보대로라면 엄청난 피해가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 공업용수 부족〓경기도 포천군 신북면 신평2리 신평염색공장집단화단지 내 D섬유는 인근 영덕천에서 공급받는 용수가 종전의 40~60% 정도로 떨어지면서 월 2억~3억원의 생산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주문날짜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수출선과 국내 거래처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으며, 용수 오염 때문에 제품의 색상이 떨어지는 피해를 보고 있다.

◇ 정부 대책〓정부는 이달 한달 동안 지하수 개발에 드는 전기요금(㎾당 1천1백원선)을 3분의1 수준(㎾당 3백60원선)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20일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1천억원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전국부.경제부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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