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할부금융 국내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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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독일의 BMW가 국내 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한다. 독일에서 연 5~6%의 싼 금리로 자금을 들여와 BMW 자동차를 사는 고객에게 낮은 금리로 빌려줘 결과적으로 판매 가격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BMW는 고객이 차를 구입하지 않고 사용료를 내고 장기간 빌려 타는 '운영 리스' 나 판매상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딜러 금융'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고객들은 지금보다 낮은 가격에 BMW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며, 지난해 1천6백여대를 팔아 국내 수입차 시장의 40%를 차지한 BMW의 점유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BMW코리아는 이미 시장조사와 법률 검토를 마쳤으며, 독일 본사와 협의를 마무리해 오는 10월 법인(BMW파이낸셜서비스)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자본금은 2백억원 이상으로 전액 독일 본사에서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BMW는 자본금 외에도 상당 규모의 자금을 독일에서 차입해 할부금융에 투입할 계획이다. BMW는 우선 서울과 부산에 지점을 두고 대구에는 리스를 전담하는 영업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BMW 고객만을 상대로 영업할 방침이며 자체 수익 창출보다 차량 판매에 역점을 둘 것" 이라며 "그러나 일단 금융사를 설립하면 한국 회사와 똑같은 금융상품만 판매하지는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임러크라이슬러 계열의 금융 서비스 회사인 데비스도 올해 안에 리스사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외환리스 등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비스는 차량 할부금융과 함께 주택.일반 리스 등 다른 금융 서비스도 할 예정이다.

국내 할부금융사들은 이같은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할부금융을 주로 맡는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라도 조달 금리를 턱없이 낮출 수는 없는 만큼 곧바로 시장을 잠식하기는 어려울 것" 이라면서도 "선진 금융 기법으로 무장한 외국계 회사가 진출하면 국내 할부금융사가 아무래도 고전할 것" 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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