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8군 제적학생들 "한국학생 차별 굴욕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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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 용산 미8군 영내 두 미국 대학 분교에서 한국 학생을 일방적으로 제적(본지 6월 7일자 31면)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한국 학생들이 도서관 이용이나 영내 체류시간 등 학교생활에서 적지않은 차별대우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메릴랜드대.CTC(Central Texas College)분교로부터 최근 제적 통보를 받은 한국 학생들에 따르면 두 학교는 한국 학생들에게 정식 학생증을 발급하지 않았다.

때문에 한국 학생들은 수강신청 증명서 등을 제시하고 영내에 드나들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수업 두시간 전에는 영내에 들어갈 수도 없고, 수업 후 30분 안에 다시 나오도록 별도의 규정을 적용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CTC에서 제적된 정모씨는 "정식 학생인데도 학생증 대신 수강확인증만 줘 도서관.컴퓨터실을 이용하지 못했다" 며 "더구나 규정된 시간 외엔 영내에 머무를 수가 없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7일 공식 입장표명을 거부했으며, 대신 미8군 관계자는 "도서관은 학교시설이 아닌 미군 영내 시설이므로 한국 학생의 입장을 허용할 수 없다" 고 말했다.

미8군측은 또 "두 학교가 원칙적으로 미군을 위한 시설이어서 미국 학생들에게 우선권을 줄 수밖에 없다" 고 강조했다.

한국 학생들은 심지어 학교측이 교칙으로 발급한 '복도에서 떠들지 말것' '음식점에서 오랫동안 머무르지 말 것' 등이 적힌 용지를 소지해야 영내 출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학생 李모(25)씨는 또 "미군과 군인 가족 등에게 우선 수강권이 있어 한국 학생은 듣고싶은 강의가 있어도 정원이 차버려 등록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 했다. 동아리 활동이나 학생회도 조직하지 못하도록 해 한국 학생들이 단체의사 표시를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메릴랜드대 분교에 다닌 金모씨는 "미군.군속 자녀들에겐 등록금을 25% 할인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며 "한국 학생들이 등록금은 더 내면서 규제는 심하게 받아 굴욕감을 자주 느꼈다" 고 말했다.

전진배.남궁욱.김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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