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 대화' 청와대· 여권 표정 "의미없이 답방 말했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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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통령이 의미 없이 그렇게 하겠느냐. "

김대중(金大中)(http://www.cwd.go.kr)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答訪)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데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일 이렇게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金위원장의 답방과 관련해 북측과 막후 대화가 진전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金대통령의 답방 요청은 金위원장에게 부담이지만, 그런 요청에도 불구하고 金위원장이 서울에 오지 않으면 金대통령도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사자가 사슴을 쫓는 장면이 나오는 TV를 가리키며 "사인(신호)이 있으니 잡으러 달려가는 것" 이라고 해 막후에서 북측의 긍정적인 반응을 받아놓았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의 발언과 때맞춰 청와대.민주당 등 여권 내부에서는 소강(小康)상태인 남북관계의 복원을 위한 물밑 접촉이 진전되고 있다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앞으로 두 주가 중요하다. 지금은 교착 상태이나 이달 중 윤곽이 드러날 것" 이라며 "남북 및 북.미 관계는 물론 금강산 관광 문제가 정리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오는 13일 金대통령의 기자회견 때 "남북관계와 관련해 단순히 수사적인 표현이 아닌 알맹이 있는 내용이 나올 것" 이라고 여권의 또 다른 관계자가 전했다.

金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불확실성' (4월 16일 뉴스위크 회견)을 언급한 金대통령이 낙관적 전망으로 돌아선 것은 4월 26일 '조국통일 기원 대법회' 연설에서부터다.

金대통령은 이때 "지금 남북관계가 정체돼 있으나 결코 비관할 필요가 없다. 머지않아 남북간은 물론 북.미간에도 대화를 통한 협력의 길이 열릴 것" 이라고 말했다.

한 여권 인사는 "이때부터 막후 대화가 트였을 가능성이 있다" 고 해석했다. 막후 논의사항은 金위원장의 답방 외에도 전반적인 남북관계에 걸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금강산 관광 문제에 대해서도 이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잘 해결될 것" 이라고 낙관해 왔다.

김진국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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