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투명경영' 약속 지켜지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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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1999년 10월 의료계가 의보 수가 인상 등에 대한 대가로 정부.시민단체와 합의한 '병원 경영 투명성 강화' 약속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노조.건강연대.참여연대 등 세 단체가 최근 전국 57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해 7일 발표한 결과다.

조사 결과 올 3월부터 보험 급여.비급여 진료비 가격표를 외래 및 입원 수납 창구에 비치토록 한 약속을 지키고 있는 병원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 병원 중 종합전문요양기관(주요 국립.사립대 병원) 21곳은 지난해 7월부터 의약품 및 의료기기 심의위원회에 공익적 성격의 외부 인사를 참여시켜야 하나 이를 실천하고 있는 병원 역시 한 군데도 없었다.

또 지난해 7월부터 일정 금액 이상의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구입 때 공개입찰을 하도록 한 약속을 지킨 곳은 67%(38곳)에 불과했다.

특히 사립대학병원.민간종합병원 등 민간의료기관(34곳) 중에선 44%만이 공개입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단체는 정부 역시 의료법인이사회 구성시 친인척을 5분의1로 제한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관련법을 개정키로 한 당시의 합의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건강보험 재정 파탄의 원인이 부당한 수가 인상과 의료 비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면서 "의보 수가가 지난해 다섯차례 인상된 만큼 의료계는 즉각 99년 합의를 실천하라" 고 촉구했다.

세 단체는 이번 임시국회에 병원 경영 투명성과 환자의 알 권리 보장을 주내용으로 하는 건강보험법 및 의료법 개정안과 주사제 의약분업 포함 등을 내용으로 한 약사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하겠다고 밝혔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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