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아파트 몸값상승폭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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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특히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앞으로 사업성이 불투명해지자 사업승인을 얻은 아파트는 뜀박질 폭이 엄청나다.

재건축 이주수요 덕에 재건축 대상 인근 아파트 전셋값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사업승인이 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주공아파트 34평형 매매값은 6억4천5백만~6억5천만원으로 평당 1천9백만원을 웃돈다.

1999년 3월만 해도 평당 9백26만원이었으나 지난해 9월 시공사 선정 이후 상승 폭이 커지면서 2년 만에 두 배 이상이 됐다.

삼성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사업승인이 나고 조만간 이주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값이 크게 뛰었다" 고 말했다. 재건축 추진 초기였던 1999년 3월 3억2천만원에 매입한 사람은 2년 만에 1백% 정도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23, 31평형 매매가도 각각 4억8천만원, 6억원으로 평당 2천만원을 웃돌아 서울 시내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운데 가장 비싼 편이다.

개포동 저층아파트는 사업일정이 불투명해 최근 가격이 보합세이지만 2년 전보다는 많이 올랐다. 1단지 15평형은 99년 3월 1억5천5백만원이었으나 지금은 2억4천5백만원이다. 다른 평형도 이 기간 중 70% 이상의 상승폭을 나타내고 있다.

강남구 전체 아파트 평당 평균가는 1천1백5만원으로 2년전(평당 8백10만원.R114 조사)보다 36% 오른 것에 비하면 이들 아파트 상승폭은 유난히 크다.

다른 지역도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시세를 주도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라아파트 33평형은 평균 2억6천5백만원으로 2년 전보다 1억원이 뛰었다.

사업승인이 나 연말께 착공이 가능해지면서 최근 또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잠실 주공아파트 단지도 올해 초 단지별로 조합설립인가가 나면서 오름폭이 커졌다. 2단지 13평형은 지난해 말 1억4천6백만원이었으나 지금은 1억9천2백50만원(평균가)에 이른다. 넉달 만에 32%나 오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들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3백가구 이상 재건축 단지는 지구단위계획을 마련해야 할 가능성이 커 수익률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많이 오른 아파트단지에서 시세차익을 실현한 매물들이 대량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 인근 전셋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대치동 삼성아파트 전셋값의 경우 38평형이 3억~4억1천만원, 40~42평형이 3억5천만~4억2천만원으로 평당 1천만~1천78만원이다.

지난해 9월 입주 당시 38평형은 2억7천여만원, 40평형은 3억1천여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9개월 새 최고 1억4천만원이나 뛴 것이다. 반면 매매가는 같은 기간 2천만~3천만원 오르는데 그쳤다.

이 단지 인근 대치동 현대아파트와 개포 우성 1~2차, 쌍용, 은마, 청실1차 아파트 등 전셋값도 2, 3개월 새 1천만~2천5백만원 올랐다.

대치주공 등이 조만간 재건축으로 이주할 것으로 알려지자 미리 전셋집을 구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교통.교육 여건이 좋아 주민들이 이사를 해도 이 지역에 머물려는 경향이 강한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황성근.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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