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중앙중 이색 숙제로 세대차 허물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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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주 중앙중학교에서 도덕과목을 가르치는 고경옥(38 ·여)교사가 학생들에게 부모의 인생사를 써 오라는 이색 과제를 내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고교사는 최근 3학년의 ‘바람직한 가정생활’이라는 단원에서 3백50여명의 학생들에게 ‘부모님 전기 작성’숙제를 내줬다.

A4용지 다섯장 분량의 과제는 부모의 학생시절 등 살아 온 과정을 그대로 적어 올 것을 요구했다.점수 반영은 1백점 중 5점.

고교사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단절된 대화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년소녀 가장 등 결손가정 아이들에게는 대신 ‘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글을 쓰도록 했다.부모가 없는 학생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고교사는 “숙제가 나간 뒤 학부모들로부터 대화가 많아져 아들·딸의 고민을 알게 됐다는 전화를 자주 받고 있다”며 “학생들이 낸 글을 읽어 보면 평소 불만을 가졌던 부모를 이해하려는 노력 등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학생 金모(5)군은 “과제를 하면서 부모님과 얘기를 많이 하게 돼 그동안 몰랐던 부모님들의 인생 역정을 자세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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