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북한 상선 강공 '보수색 짙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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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은 6일에도 북한 상선의 영해 침범 사건을 "우리 정부.군이 잘못 다뤘다" 고 비난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NLL 침범을 허용하는 것은 주적(主敵)개념의 포기선언" 이라고 규정, 공세 수위를 높였다. 우리 정부와 북측의 사전 교감 의혹도 계속 제기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자세는 남북문제에서 보수 쪽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는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행보와 연결돼 있다는 게 총재실의 설명이다.

李총재는 5일 메이자오룽(梅兆榮)중국인민외교학회장을 만나 "북한은 무해통항권을 인정하라고 하지만, 우리는 정전(停戰)체제인 만큼 그런 논리는 통용될 수 없다" 고 강조했다. "군사적 긴장완화와 군사적 대응은 전혀 별개다. 6.15선언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전혀 완화되지 않고 있다" 는 입장을 李총재는 다듬고 있다.

총재실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맞고 있는 이념적 혼돈이 차기 대선에서 최대의 쟁점이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 대비해 李총재가 자신의 이념적 색깔을 정리하고 있다" 고 말했다.

李총재는 지난달 31일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과 만나 한 발언(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서울 답방 약속을 지켜야 한다)에서도 후퇴했다. "남북 정상간 합의사항을 거론한 것이지, 金위원장이 빨리 답방해야 한다는 재촉의 의미는 아니었다" 는 게 총재실의 해명이다.

여야 초.재선 의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를 놓고도 李총재는 선을 긋고 있다. 李총재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자유투표' 쪽으로 가선 곤란하다. 당론을 먼저 정해야 한다" 면서 당내 소장파 의원들과 만나고 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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