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범 후속대책] 南"대화 하자"… 北 묵묵부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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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와 군 당국이 북한 상선(商船)의 제주해협 무단통과와 북방한계선(NLL)침범 후속대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사전통보 없는 무단 침범시 강경대응하겠다는 원칙도 정하고 해운합의서 체결 등 방안을 제시했지만 당장 약효를 발휘하기 어려운 사안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측이 우리의 회담 제의에 선뜻 응하지 않고 있어 당국자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 후속대책 짜내기=정부가 정리한 대응책은 ▶영해 통과시 북한에 사전통보 요구▶무단 침범시 강력제재▶제주해협과 NLL 문제의 분리대응 등 세 가지다.

정부는 "군사적 목적이 아닌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NLL 통과는 사전통보를 조건으로 사실상 허용하겠다" 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정부는 또 정전협정 위반인 NLL침범 문제는 군사정전위에서 논의하고, 제주해협 무단통과는 남북 장관급 회담 채널에서 다루자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상호주의적 관점에서 우리측 선박도 북한 영해를 오갈 수 있게 해운합의서의 체결을 추진하겠다는 것.

하지만 사전통보의 수준(연락방법이나 항목)을 어떻게 정할지와 이를 어길 경우 강경책의 구체적인 순서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해운합의서 체결은 올 들어 인천~남포간 정기항로가 삐걱거리자 3월 5차 장관급 회담 때 북측과 이를 협의하려다 무산된 사안이라, 급작스레 제주해협 문제 등을 끼워넣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동국대 강성윤(姜聲允.북한학)교수는 "정부와 군 당국이 초기에 무해통항권(無害通航權)허용 방침을 공개하는 등 스스로 대북협상의 카드를 잃어버림으로써 사태가 꼬이게 됐다" 고 진단했다.

◇ 북한은 회담 테이블에 나올까=북한은 이번 사태를 다루기 위해 우리측이 6일 판문점 군사정전위 비서장급 회의를 열자고 한 제의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당분간 '대화를 통한 해결' 에 나설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를 이유로 남북대화의 문을 닫아 건 북한이 지금 시점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사측과의 회담에 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분석했다.

3월 이후 중단된 남북 당국간 대화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임동원(林東源)통일부 장관이 지난 4일 김용순(金容淳)아태평화위원장에게 해운합의서 체결 등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하자는 전통문을 보냈지만 북측은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간 비공개 막후 채널이 이미 지난 3일부터 가동됐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어 6.15 남북 공동선언 1주년을 계기로 분위기가 새롭게 바뀔지 모른다는 전망도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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