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동교동, 정풍파에 반격 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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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정풍(整風)' 을 주도해온 초.재선 소장파 의원들과 동교동계의 갈등이 새로운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나에게 맡겨달라" 고 한 뒤에도 소장파들의 '12인 모임' (5일)에서 '인적 쇄신' 요구가 나온 뒤부터다. 소장파들의 집요한 움직임은 '당내 제3의 정치세력 등장' 논란을 일으키고 있어 갈등의 미묘함을 더하고 있다. 6일 동교동계 의원들은 소장파의 행동을 "통치권에 대한 도전" "항명(抗命)" 이라는 표현으로 비난했다.

◇ "집단행동 계속하면 내막 밝히겠다" 〓정풍파문 이후 말을 아껴온 김옥두(金玉斗)의원은 "소장파들의 처신은 정말 좋지 않다. 13일(대통령 기자회견)까진 참겠지만 이후에도 이런 행동을 계속하면 모든 것을 밝히겠다" 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뭐냐" 는 물음에 "이번 일이 왜 생겼는지 내막을 알고 있다" 고만 말했다. 金의원은 권노갑(權魯甲)전 최고위원과 함께 동교동계 구파(舊派)의 핵심. 때문에 "정동영(鄭東泳) 위원을 겨냥한 것" "(소장파들의)정치세력화 차단 의도" 란 관측이 당내에 나돌고 있다.

權전위원의 마포 사무실 관리를 맡고 있는 박양수(朴洋洙)의원도 "1, 2차 성명파동은 당에 대한 충정으로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순수성을 가진 행동으로만 볼 수 없다" 고 비난했고, 이훈평(李訓平)의원은 "눈물 젖은 빵을 나눠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 이라며 초.재선 의원들을 성토했다.

특히 동교동계 출신 고참 당원들 사이에선 소장파의 리더격인 정동영 최고위원을 겨냥해 "설욕해야 한다" 는 거친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설욕 방법으로 鄭위원을 비난하는 성명 발표, 사무실 점거농성 등 집단행동도 거론되고 있으나 의원들은 "거칠게 하면 우리가 명분을 잃는다" 면서 당원들을 말리고 있다.

◇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정풍파 의원들은 5일에 이어 6일에도 삼삼오오 개별 접촉을 하고 13일 이후의 후속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쇄신책이)기대수준에 못 미치면 큰 문제가 있을 것" 이라며 인사쇄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행동이 '독자세력화' 로 해석되는 것은 경계했다.

정장선(鄭長善)의원은 "(13일 회견내용이 기대에 못 미치는)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하지만 이것이 독자행동.탈당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소장파 내부에서도 '세력화' 와 '해체' 주장이 엇갈려 내분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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