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부시 '수입철강 피해조사'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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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부시 미 대통령의 수입철강으로 인한 피해조사 지시는 일단 정치적 성격이 짙다. 철강수입 규제를 주장해온 민주당에 상원을 내주게 되자 행정부가 선수를 쳤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부시가 업계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했지만 철강업체와 노조에 생색내기용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관세부과나 수입물량을 제한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까지 발동할 것인지는 조사에만 반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조사를 지시한 만큼 단순 엄포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싼 수입철강을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미국 내 자동차.가전업체들이 이번 조치에 반발하고 있는 데다 유럽.일본.한국 등 주요 철강 수출국들도 비난하고 있어 강도높은 조치가 내려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많다.

◇ 앞으로 어떤 절차 밟나〓미 행정부는 통상법 201조에 따라 앞으로 2주 내에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정밀조사를 요청하게 된다. ITC의 조사 시작에서 최종 판정까지는 통상 1백20~2백10일이 걸린다. 따라서 이르면 늦가을, 늦으면 내년 초에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가 결정된다.

ITC가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려면 미국 업체가 수입철강으로 본 피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ITC는 자국업체의 피해뿐 아니라 각국의 보조금 지급 등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게 된다.

◇ 제재 대상품목에 따라 국내 업체 피해 달라져〓한국의 대미 철강수출은 연간 10억달러 정도지만 이번 조치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열연 및 냉연강판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 제재받을 경우 피해가 커질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라별로 보조금이나 과잉설비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이 강력히 밀어붙일 경우 어려운 협상이 예상된다" 고 덧붙였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열연 및 냉연강판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이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상태" 라며 "여기에 수입규제까지 당하게 되면 큰 타격이 예상된다" 고 말했다.

이정재.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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