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듯 흐르는 '땀' 수술로 고민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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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무더위와 함께 땀의 계절이 돌아왔다. 땀이란 신진대사로 발생하는 체열을 식히기 위한 체온조절장치.

열사병처럼 더위를 먹었는데 땀이 나지 않으면 체온이 올라가 사망한다.

문제는 땀이 너무 많은 이른바 다한증(多汗症). 전철 손잡이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거나 시험지를 적실 정도로 땀이 많을 경우 사회생활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과거엔 땀이 많은 것을 체질 탓으로 돌릴 뿐 별다른 해결책이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흉강경 치료가 도입되면서 손쉽게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흉강경 치료란 겨드랑이를 통해 가느다란 도관을 가슴 깊숙이 삽입한 뒤 땀 분비를 관장하는 교감신경을 잘라내는 방법.

땀을 흘리는 부위에 따라 선택적인 치료도 가능하다. 얼굴에 땀이 많은 경우 2번 흉부교감신경, 손은 3번 흉부교감신경, 겨드랑이는 4번 흉부교감신경을 잘라주는 방식이다.

땀 분비를 줄임으로써 다한증 외에 흥분할 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안면 홍조, 겨드랑이에서 악취가 나는 액취증, 발냄새의 치료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흉강경을 이용한 다한증 치료의 최대 약점은 대부분의 시술 환자에게 나타나는 보상성(補償性) 다한증이다.

시술 후 손에선 땀이 나지 않지만 가슴이나 등.엉덩이 등 엉뚱한 부위에 땀이 많이 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제한적 교감신경 절단술이 보상성 다한증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란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제한적 교감신경 절단술이란 가능하면 적게 잘라내는 방식(사진 참조). 시술시간은 30분이며 시술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예컨대 손에 땀이 많이 나는 경우 주로 3번 흉부교감신경을 모두 잘라냈으나 제한적 교감신경 절단술은 3번 신경의 한쪽 가닥만 잘라낸다.

세연마취과 이영철.최봉춘 원장팀이 최근 대한통증학회지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98년부터 이곳에서 제한적 교감신경절단술을 받은 환자 54명을 대상으로 2년 이상 추적조사한 결과 47명(87%)에게서 보상성 다한증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중 일상 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심한 보상성 다한증은 2명(3.7%)에 불과했다는 것.

이영철 원장은 "제한적 교감신경절단술은 절단 부위를 최소화함으로써 보상성 다한증 외에 눈꺼풀이 내려앉거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얼굴에 땀이 나는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영동세브란스병원 등 종합병원 흉부외과에서 실시하는 클립을 이용한 흉강경 치료도 있다. 아예 잘라내는 대신 티타늄 재질로 만든 5㎜ 길이의 클립으로 교감신경을 묶어주는 방식.

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김광택 교수는 "클립을 이용한 흉강경 치료는 환자가 보상성 다한증 등 부작용이 심할 경우 클립을 다시 제거함으로써 원상복구가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 이라고 밝혔다. 3~4일 정도 입원하며 시술비는 1백50만원 안팎.

유독 발에 땀이 심한 사람은 마취과에서 시행하는 알콜을 이용한 요부 교감신경차단술을 알아두면 좋다. 발의 땀 분비를 관장하는 교감신경은 허리 깊숙이 위치하므로 흉강경으로 치료할 수 없다.

이 경우 흉강경 대신 방사선 투시장치로 보면서 가느다란 도관을 요부 교감신경에 삽입한 뒤 알콜을 주입해 신경을 파괴시킨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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