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민 일년 쓸 물 땅속으로 누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전북지역에서 한해에 땅 속으로 새 없어지는 수돗물이 군산시민이 일년 동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다.

전문가들은 누수만 방지해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물 부족현상에서 벗어나고 상수도 부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후 수도관 교체에 대한 투자 확대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6%가 샌다=전북도내 14개 시 ·군에서 급수 도중 새어 나가는 수돗물의 양은 연 평균 4천2백만t에 이른다.전체 생산량(2억6천5백여만t)의 16%에 해당한다.

1인당 하루 평균 물 소비량을 3백88ℓ로 계산할 때 27만명의 군산시민 외에 추가로 2만명이 일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전주시의 경우 누수량이 총량의 17%나 되는 1천6백만t에 이른다.60여만 시민 전체가 두달 동안 쓸 수 있는 수량이다.돈으로 환산하면 80억5천7백만원 어치다.

수돗물 누수는 중앙동 ·고사동 ·전동 ·풍남동 등을 비롯한 익구시가지에서 많다.이들 지역은 각 가정을 연결하는 배수관들이 제각각 설치돼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교체작업은 엄두조차 못내고 있는 형편이다.

◇원인 ·대책=땅속으로 없어지는 수돗물이 많은 것은 묻은 지 오래된 상수관이 많기 때문이다.

전북도 내에 깔린 전체 상수관은 8천2백90여㎞.이 중 35%인 2천8백70여㎞가 15년 이상 돼 교체가 시급한 노후관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노후관은 부식이 심해 물이 관 밖으로 줄줄 새 나가고 있다.

노후관을 교체하자면 총 1천5백여억원이 필요한 데 도는 현재까지 5백40억원을 투자했다.완전 교체를 위해서는 1천여억원이 더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1993년 수도법을 고쳐 광역 상수도 정수장 건립비를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토록 한 뒤 상수도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 전북의 경우 현재 3천3백여억원이나 안고 있다.

따라서 노후관 교체에 예산을 많이 투입하기 어려운 형편이다.전북도는 정부에서 한해 2백억원씩을 지원해 주도록 요구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지자체 독자적으로 노후관을 교체하려면 20년 정도가 걸릴 것이다"며 "지자체가 물고 있는 광역 상수도 사업비를 하루빨리 정부 지원으로 돌리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