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 고위험 채권펀드 7월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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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투자자의 이자.배당 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고수익.고위험 채권(정크본드)펀드가 7월부터 나온다. 또 증권사에 돈을 맡기면 증권사가 알아서 굴린 뒤 수익을 돌려주는 자산종합관리계좌(일임형 랩어카운트)가 선보인다. 단 이 계좌에 맡기는 돈 가운데 30% 이상을 고수익.고위험 채권이나 이것으로 만든 펀드를 사야 하며, 70%는 투신사나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간접투자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고수익 채권시장 활성화 방안' 을 확정했다. 정부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 등을 고쳐 다음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고수익.고위험 채권 펀드는 신용등급 BB+ 이하인 투기등급 채권에 30% 이상 투자하는 펀드로, 2002년 말까지 가입한 투자자에 한해 1인당 3천만원까지 소득세와 농어촌특별세 등 16.5%의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단 비과세 혜택을 보려면 1년 이상 펀드에 가입해야 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새 펀드는 세제 감면을 감안할 때 약 10%대의 수익률이 예상된다" 고 말했다.

일임형 랩어카운트의 경우 어떤 투기등급 채권을 살지, 어느 투신사의 수익증권을 살지 등을 증권사가 결정해 돈을 굴린다. 증권사의 운용실적에 따라 고객이 돈을 벌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지금은 증권사가 어느 주식.채권을 사는 것이 좋은지 알려주는 자문형 랩어카운트만 허용돼 있다.

고수익.고위험 채권을 발행한 채 경영상태가 나빠지는 기업에 대해선 투자자들이 조기 환매 요구와 함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고수익.고위험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과 인수하는 증권사는 이런 내용의 계약을 해야 한다.

또 증권사는 채권매매 내역을 거래한 뒤 5분 안에 협회에 통보하고, 협회는 이를 실시간으로 알리도록 공시 체제가 바뀐다.

한편 투기등급 이하인 기업은 전환사채(CB)의 전환가격을 현행 기준에서 10% 할인해 발행할 수 있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전환사채의 전환가격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다.

◇ 시장 반응〓기대를 모았던 자문형 랩어카운트의 판매가 정체된 가운데 이번 방안이 투자자의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킬지가 관심사다.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2월 중순 발매 초기에는 꾸준히 늘었는데 최근 한달간 3조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증권이 1조3천억원을 판매했고 현대증권 8천억원, LG증권 4천억원, 대우증권 3천억원 등 '빅4' 가 판매액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일임형 랩어카운트에 대한 제한이 많아 현재로선 투자자의 반응을 점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증권 오희열 팀장은 "새 상품이 위험부담도 있지만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의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할 것으로 본다" 면서 "하지만 자금운용처를 투기등급 채권과 간접 펀드 상품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얼마나 만족할지는 미지수" 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최영남 팀장은 "투기 채권을 소화하기 위해 갑작스레 내놓다 보니 일임형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한 측면이 많다" 며 "관련 법규가 바뀌는 대로 판매를 시작하겠지만 잘 팔릴 것 같지는 않다" 고 지적했다.

비과세 고수익 채권펀드의 세제혜택이 투자자를 유인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도 나왔다. 동양증권 김병철 채권운용팀장은 "하이일드펀드와 CBO 펀드의 인기가 사그라든 상황에서 세제혜택이 조금 많은 비슷한 성격의 새 펀드를 얼마나 찾을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김광기.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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