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상선 소극 대응" 여론 군곤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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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대홍단호가 우리 영해인 제주해협을 침범, 항해하고 있던 지난 4일 오후 11시 공관에서 긴급히 국방부로 돌아온 김동신(金東信)장관은 합참의장 등 작전관계자들과 국방부 지휘통제실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현장의 우리 함선과 북측 선박의 교신 내용이 긴급히 보고되고 이에 따른 대응 방안이 논의된 긴박했던 몇시간의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다가 다음날 오전 10시 정례 브리핑에서 일부가 공개됐다.

4일 오후 5시쯤 한차례 언론에 브리핑한 뒤 17시간 동안 국민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합참 고위 관계자는 5일 브리핑에서 "왜 북한 선박을 멈추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느냐" 는 질문공세에 "극한 상황이 아니면 사격을 해서는 안된다" "여러 사정을 고려했다" 는 등 '피해가는' 설명으로 일관했다.

결국 국방부 황의돈(黃義敦.육군 준장)대변인은 이날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 면서 "군은 더욱 심기일전해 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 고 말했다.

한 군 관계자는 "이번 상황에선 모든 결정이 국방부가 아닌 더 높은 차원에서 내려오니 장관마저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것 아니냐" 면서 "어쨌든 군이 제대로 임무에 충실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고 토로했다.

그러나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군이 국토방위라는 본래의 소명에 충실하고 싶은 생각이 왜 없겠느냐" 면서 "군을 비판하는 것도 좋지만 지나친 비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고 말했다. 그는 "군의 작전이라는 것도 결국은 정부 전체 차원의 대북 구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 이라고 부연했다.

안성규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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