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새만금 멸종위기종 살렸으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978년 미국 테네시 강 댐 건설을 둘러싸고 사건이 벌어졌다. 환경단체들은 댐을 만들면 멸종위기종인 달팽이 시어(snail darter)가 사라질 것이라며 댐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법원에 소송이 제기됐고 지방법원은 환경단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의 버거 재판장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멸종위기종보호법이 보호하고 있는 달팽이 시어의 멸종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댐을 건설해서는 안된다. 비록 댐이 거의 완성됐고 의회가 막대한 예산지출을 승인했더라도. "

환경파괴 문제에 이른바 '자연의 권리소송' 으로 대응한 사례도 있다. 69년 디즈니사가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미네랄 킹 계곡에 스키 리조트를 개발하려고 하자 환경단체인 시에라클럽은 파괴될 나무와 바위, 야생동물을 원고로 내세워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논쟁 끝에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으나 디즈니사는 개발계획을 포기했다. 일본에선 생태운동가들이 소장의 원고란을 이렇게 적어내려 갔다.

'1.원고 이사하야 갯벌 2.그 대변자 겸 원고 야마시타 3.원고 짱뚱어 4.그 대변자 겸 원고 하라다…. '

여의도 1백40배 넓이의 새만금 갯벌. 그 곳에는 10만마리가 넘는 도요.물떼새들과 동죽.백합.농게 등 64종의 저생(底生)동물, 둥근물뱀을 비롯한 1백58종의 물고기, 3백71종의 저생 규조류 등이 살고 있다.

이들이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허술한 환경영향평가에 과장된 경제성 평가 등 법률적 문제점들이 여러 차례 지적되기도 했지만 표밭에나 관심있는 정치권이나 행정관료는 여기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 생명의 평화를 기도하는 사람들 앞에 우리의 법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여영학 변호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