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댐 백지화 1년… 동강 현주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영월댐 건설을 백지화하겠다" 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발표가 있은 지 5일로 1년. 이날은 또 우리 정부가 제정한 환경의 날이다.

국내 환경사의 한 획을 긋고 종합보존대책 수립이 진행 중인 강원도 영월군 동강 현장은 그러나 아직도 조금씩 훼손되고 있었다.

휴일인 지난 3일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삼옥리 동강 하류 섭세강변은 래프팅을 즐기는 이들의 함성이 가득했다. 이날 하루 동강에서 래프팅을 한 인파는 1천5백여명.

관광객들이 몰려들자 래프팅업을 겸한 민박업체가 섭세강변과 하류지역에 10여채 이상 새로 생겼다. 건물을 미처 짓지 못한 업체는 주차장 모퉁이에 가건물과 천막을 치고 음식점 영업까지 하고 있다. 카페도 들어섰으며 신축 중인 건물도 서너채에 이른다.

또 이날 오후 일체의 행위가 금지된 덕천취수장 인근 상수원보호구역에서는 여전히 낚시행위가 이뤄지고 있었다.

영월댐은 백지화됐지만 경관과 수질을 망가뜨리는 개발.오염행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동강 상류 정선읍 광하리에서 귤암리까지 2.5㎞ 구간의 도로를 넓히는 공사도 한창이다.

댐 예정지로 고시되면서 10년 동안 이뤄지지 않은 기반시설 확충을 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정선군이 받아들여 실시하는 것이다. 차량의 교행이 가능하도록 너비 8m로 넓히고 장마 때 침수되지 않도록 높이는 공사다. 이렇게 되면 강폭이 좁아져 생태계 변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김정수 정책팀장은 "자갈밭을 마구 파헤치고 바위를 깨뜨리는 등 물고기 서식환경을 파괴하는 반환경적 공사는 중단해야 한다" 며 "정선군은 동강 종합 대책이 마련된 후 필요하다면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친환경적으로 공사를 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피해만 강요하는 환경보호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0일에는 도로 확.포장공사 현장을 촬영하던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를 주민들이 억류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주민자율감시단이 낚시행위 등의 감시활동에 들어간 데 이어 오는 15일부터는 동강 일대가 자연휴식지로 관리된다. 그러나 성과는 미지수다.

동강 종합보존대책을 마련 중인 강원발전연구원 관계자는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느냐가 관건" 이라고 말했다.

영월.정선=이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