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 진상규명위 겹시름 부닥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해 10월 1년 남짓한 한시적 활동기간을 정해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위원장 梁承圭)가 임기 절반을 보내면서 안팎으로 고민에 부닥쳤다.

그동안 위원회에 지지를 보내던 민주화 운동 관련 단체들이 4일 "진상규명위 활동이 지지부진하다" 며 공격을 시작한 것.

민주화운동 정신계승국민연대 등 6개 단체는 이날 위원회가 입주한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의문사 진상 규명이 지금까지 대단히 지지부진하며 조사 과정도 비밀에 부쳐져 조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고 비난했다.

위원회측은 "사건 당시 관련자들의 양심선언이 결정적 단서이나 제보가 부진해 진척이 더디다" 며 시민들의 제보를 요망했다. 또 "가해자가 증거 인멸에 활용할 수도 있어 조사 과정 공개도 어렵다" 고 설명했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또 "규명해야 할 핵심 의문사 중 하나인 조선대생 이철규씨 변사사건을 놓고도 고민 중" 이라고 말했다.

李씨는 1989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 광주의 한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었다. 당시 광주지검 부장검사로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사람이 공교롭게도 김각영(金珏泳)신임 대검차장.

당시 검찰은 "李씨가 검문을 받고 도망치다 저수지에 빠져 익사했다" 고 발표해 경우에 따라 金차장이 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될 공산이 커졌다.

"(위원회 조사 활동에)검.경 등의 협조가 절실한 마당이어서 곤혹스럽다" 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위원회의 황인성(黃寅成)사무국장은 "사건별로 조사기간이 최장 9개월로 한정돼 있는 데다 인력까지 부족해 신속한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 고 호소했다.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02-3703-5000.

성시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