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간척지 희귀 철새들 숫자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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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산간척지가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라는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제법 눈에 띄던 장다리물떼새.호사도요.뜸부기 등 희귀 여름철새들의 개체수가 크게 줄거나 번식처를 간척지 밖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 서산농장 매각조치로 올해부터 개별영농이 진행되면서 농민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농약 사용이 는데다 출입제한 조치가 풀리면서 낚시꾼 및 관광객들이 많아져 철새들의 서식환경이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9년째 이곳 철새를 연구하고 있는 서산 부석고 김현태(金賢泰.33.생물담당)교사팀에 따르면 1998년 처음 간월호(A지구)에서 번식하는 것이 확인된 후 3년 연속 30쌍 이상씩 발견되던 장다리물떼새가 올해는 7쌍만이 부남호(B지구) 부근의 매각되지 않은 논에서 관찰됐다.

金교사는 "지난 3일 탐사 결과 장다리물떼새의 둥지를 발견했으나 알들이 심하게 훼손돼 있었고 어미새도 보이지 않았다" 며 "영농인들과 차량 소음 등에 놀라 알품기를 포기하고 떠나 버린 것 같다" 고 말했다.

또 1887년 러시아학자에 의해 서울근교 논에서 발견된 후 지난해 서산간척지에서 처음 관찰됐던 세계적 희귀조 호사도요는 올해도 찾아오기는 했으나 번식둥지를 20여㎞ 떨어진 간척지 밖 지곡면의 하천으로 옮겼다.

농약사용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뜸부기도 지난해 20여마리가 찾아 왔으나 올해는 고작 두마리 정도만 관찰됐을 뿐이다.

이외에도 간월호의 와룡천.도당(해미)천 부근 간척지의 논둑 및 논길 가운데서 서식하던 꼬마물떼새.덤불해오라기 등도 찾아 보기 힘들게 됐다.

金교사는 "매각이 완료돼 간척지 전지역에서 소규모 영농이 진행되면 철새들이 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며 "국가에서 지천을 끼고 있는 논을 일정 면적 매입해 철새들의 보금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고 말했다.

총 3천82만평 중 현재까지 1천10만평이 일반에 매각된 서산농장은 매년 1백20여종의 철새 50여만마리가 찾아와 국내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꼽혀 왔다.

서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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