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중앙일보 1.21 사태 특종 다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특종은 세상을 바꾼다. 자칫 숨겨질 뻔한 일들을 세상에 알려 공론화 작업을 이끌어 내는가 하면 한 시간이라도 먼저 사건의 전말을 파헤침으로써 정보에 목마른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특종은 한마디로 예나 지금이나 사회 발전의 기폭제다.

5일 밤 8시30분 EBS가 방송하는 'EBS 다큐멘터리 특종비사' 는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사건을 특종 보도한 중앙일보 손석주(62.사진)취재기자와 장홍근(1999년 별세)사진기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68년 1월 21일 밤, 청와대 뒤편에서는 서울의 밤을 뒤흔든 총성이 잇따랐다.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고, 두 기자는 목숨의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현장을 지켰다. 북한군은 우리 군과 격렬한 전투를 벌인 끝에 서른명이 사살됐고 유일하게 김신조만 생포됐다.

체포된 그가 홍은동 파출소로 들어서는 순간 장기자가 그를 카메라에 담았고, 손기자는 "청와대를 까러 왔다" 는 김신조의 일성을 들었다. 전국민을 경악케 한 이 특종은 국방정책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으며 이 사건 직후 향토예비군이 창설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특종을 얻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치안국장과의 조우, 결과적으로 신문사의 철수 명령을 받지 못하게 한 무전기 고장 등 특종에 얽힌 뒷얘기를 손기자가 직접 들려줄 예정이다.

그는 "만약 김신조가 자신을 북한군이라고 밝히지 않았다면 북한은 또 그들이 한 짓이 아니라고 고집을 피웠을 것이다. 역사는 꼭 한 사람의 증언자를 남기는 모양인데 초년병 기자 시절 내가 그 증언을 우연히 들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지금도 감회가 새롭다" 고 말했다. 손기자는 현재 광고회사 엠앤드알커뮤니케이션스 대표를 맡고 있다. 장기자는 6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임상순 PD는 "두 기자의 발빠른 취재가 당시에 대북 경각심을 일깨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으며 급박했던 상황에서도 산 속에 숨어 현장을 지킨 기자들의 인내와 투지는 지금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