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하면 어떨까요 … 학교도 가야 하는데 … 하고픈 것 많은 연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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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퀸’ 김연아(20·고려대)의 ‘2009~2010 시즌’이 막을 내렸다. 29일(한국시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갈라쇼를 마친 김연아는 “힘들었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즌이 끝났다”며 활짝 웃었다. 이탈리아 토리노 팔라벨라 빙상장의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그는 “이제 먹고 싶은 것 눈앞에 잔뜩 두고 마음껏 먹을 거예요. 살쪄도 뭐라고 하시면 안 돼요”라며 웃다가 “근데 나는 살찌면 얼굴부터 찌는 스타일이라 기사에 뜬 내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요. 그래서 마구 먹을 수가 없어요” 라고 하소연했다.

김연아(오른쪽)가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즌을 마감했다는 홀가분함 때문인지 표정이 밝다. [토리노=연합뉴스]

◆“10년 후에도 피겨 하고 있을 것”=초미의 관심사인 자신의 미래에 대해 김연아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생각할 수 있는 건 피겨 선수로 남아 대회에 계속 출전하는 것과 아이스쇼를 하고 학교에 다니는 것이다. 이 실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이 짓을 또 해야 해’ 하는 생각 사이를 오간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 기자가 “10년 후에는 스케이트는 안 할 것 같은데 뭘 하고 있을 것 같으냐”고 묻자 “왜요?” 하고 반문한 뒤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전담 코치를 하기 전까지 아이스쇼를 했다. 살만 찌지 않으면 나도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지도자에 대한 생각도 슬쩍 비쳤다. “올림픽이 끝난 뒤 한 달간 곽민정(17·수리고)과 함께 훈련했는데 알려주고 싶은 게 많았다. 코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주변에서 힘드니까 하지 말라고 하더라. 보조 코치처럼 도와주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고 했다.

은퇴했다가 복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복귀 시점의 마음이 중요할 것 같다. 아마 은퇴 후 복귀한 선수들도 은퇴 당시에는 할 만큼 했다 이런 생각을 했겠지만, 스케이트를 타다 보니 ‘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짓을 또 어떻게 하지.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순간 스케이트를 타면 편안하다”고 했다.

◆“학교 가야 하는데 두려워요”=한국에 가면 광고 촬영, TV 출연 등 밀린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학교에도 가야 한다. 김연아는 “지난해 인사차 학교에 갔는데 정말 굉장했다.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니는 건 어려울 것 같다. 교환학생을 생각해 봤는데 아직은 아이스쇼 등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 천천히 생각을 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연아는 과제를 제출하고 성적을 받았다. 그는 “훈련 일지 비슷한 걸 자필로 쓰는 과제가 있었는데, 하다 보니 참 재미있었다. 그런데 평소에 글씨를 잘 안 써서 펜을 오랜만에 잡아 손이 아팠다”며 “과제를 채 소화하지 못해 F학점도 받았는데 사실 성적표를 봐도 아무 느낌이 없었다”면서 배시시 웃었다. 공부하고 싶은 것도 생겼다. 스포츠 심리학이다. 그는 “심리 상담을 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심리학에 관심이 생겼다. 나는 선수였으니 스포츠 심리학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31일 귀국하는 김연아는 “한국에 가면 운전면허도 따고 싶은데 시간이 없을 것 같다.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도 커피숍에 가면 항상 구석에 앉아야 해서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항상 응원해 주는 팬들 덕에 좋은 기운을 얻는다”며 고마움의 인사를 전했다.

토리노=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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