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하나뿐인 지구' 자동차 오래타기 다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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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28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길. 진기한 자동차들의 행렬로 주위의 시선이 일제히 모아졌다.

1971년식 현대 코티나, 81년식 기아 브리사 등 국내에 몇 대 남지 않은 구형 자동차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EBS가 다음달 4일 방영할 '하나뿐인 지구' (밤 8시30분)를 촬영하는 자리였다. 한 자동차를 오래 사용함으로써 환경을 살리자는 것이 주제였다.

영화 '친구' 와 '번지점프를 하다' 에 나온 은빛 브리사, 운행 중인 것으로 최고(最古)의 국산 승용차인 자줏빛 코티나, 국내에 하나뿐이라는 3도어 샛노란 포니I 등은 20~30년을 훌쩍 넘긴 차들이지만 외관은 깔끔했다.

물론 영화촬영이나 행사용으로 세워두는 차는 아니다. 모두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 회원들이 매일 타고 다니는 훌륭한 자가용이다.

99년 건설교통부 조사자료에 따르면 국내차의 평균 폐차주기는 7.6년. 폐차시 평균 주행거리는 약 14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날 촬영에 나선 은빛 브리사의 주행거리는 43만㎞나 됐다. 지구를 열한 바퀴나 돈 셈이다.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의 임기상(43)대표는 "오래된 자동차가 매연이 심하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 이라며 "흔히 백금 필터라고 부르는 촉매장치를 달면 불완전연소 문제가 해결된다" 고 설명했다.

낡은 자동차를 고집하는 것은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이기도 하지만 주목받는 차를 모는 사람들에겐 자부심도 엿보였다.

71년생인 코티나는 차체의 유려한 곡선에 고전적인 기품이 묻어난다. 자줏빛 벨벳으로 의자를 덮은 내부도 아늑하다. 출고 당시엔 어지간한 집값(2백90만원)과 맞먹어 고소득층만 탈 수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 회사의 감정가를 기준으로 30년이 지난 현재 가격은 고작 10만원에 불과하다.

'하나뿐인 지구' 의 김광범PD는 "자동차를 '매연의 주범' 으로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에게 꼭 필요한 운송수단인 자동차와 '더불어 살아가기' 에 초점을 맞췄다" 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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