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암 전문병원 개원 1년 … 이화의료원 서현숙 원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이화의료원이 도약하고 있다. 123년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든 변화의 핵심에 서현숙 의료원장이 있다.

서울 목동 소재 이대목동병원을 근거지로 한 이화의료원이 요즘 분주하다. 이달에만 3일 뇌졸중센터, 4일 레이디 병동, 19일 모자센터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올해 12월엔 350병상 규모의 ‘제2 병원’ 격인 양천 메디컬센터(노인성 질환 전문병원)가 개원 예정이다. 1000병상 이상 규모의 ‘제3 병원’을 짓기 위해 부지를 물색 중이며, 올해 안에 이 중 한 곳을 낙점할 계획이다. 이르면 2013년에 새 병원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화의료원은 1887년 국내 최초의 여성병원인 보구여관(保救女館)을 뿌리로 삼고 있다. 123년의 역사에서 이런 변화의 물결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대변혁의 중심에 선 서현숙(61) 의료원장. 2007년 8월 의료원장에 임명된 그는 이대목동병원과 동대문병원의 완전 통합(2008년 10월), 이대목동병원 안에 이대 여성암 전문병원과 여성검진센터(2009년 3월) 개원 등 굵직한 현안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여성암 전문병원 개원 1년을 맞은 서 의료원장의 심경과 포부를 듣기 위해 18일 오후 3시 그의 집무실을 찾았다. 유방암 명의인 서 의료원장의 부군은 고려대 이필상 전 총장이다.

-여성암 전문병원을 세운 이유는?

“이대 하면 여성을 먼저 떠올린다.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우리는 여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유방암 등 여성암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여성암 전문병원은 유방암·갑상선암·자궁암·난소암 등 여성암에 강점을 갖고 있다.”

-지난 1년간 암환자가 많이 늘었나?

“올 2월 여성암 전문병원에서 수술 받은 암환자 수는 지난해 3월 대비 2.7배 늘었다. 특히 유방암·갑상선암 수술 건수는 3.6배나 늘었다. 무엇보다 환자층이 수도권 중심에서 부산·전남·강원·제주 등 전국으로 확대됐다. 최근 3개월간 강원·전남 거주 환자 수는 전년 대비 각각 3.4배·3배 늘었다. 충북 환자는 두 배, 경기 환자는 74% 증가했다. 덩달아 국내 첫 여성 건강증진센터인 ‘이대 여성검진센터’도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뒤 매출액이 전년 대비 1.3배 증가했다. 건강검진을 신속하고 편리하게 받을 수 있는 데다 여성 친화적인 편안한 환경이 어필한 것 같다.”

-이대 여성암 전문병원에 암환자가 많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신속하게 검사와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소문난 덕분이다. 암이 의심돼 오늘(목요일) 우리 병원을 처음 방문한 여성이라고 가정해 보자. 목요일에 바로 검사를 받고, 금요일엔 결과를 통보한다. 수술은 아무리 늦어도 그 다음주 수요일 안에 이뤄진다. 암검사를 받고 판정 결과를 알지 못한 채 주말을 보내는 것은 당사자에겐 너무 가혹한 일이다.”

-빠른 검사와 수술이 가능해진 비결은?

“모든 시스템이 의사가 아니라 환자 중심이다. 환자가 한 공간에서 초음파 등 검사와 상담·진료를 받도록 공간 배치에도 신경을 썼다. 의료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것도 신속함의 배경이다.”

-(다른 병원에선) 유명 의사에게 수술을 받기 위해 몇 달씩 기다리는 암환자가 많다.

“만약 내 가족이 암에 걸렸다면 오래 대기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유명 의사가 모든 암환자를 직접 수술하는 것도 아니다. 또 암 수술은 이제 보편적인 수술이다. 국내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교수가 집도한다면 안심해도 된다. 우리 병원은 모든 암수술을 반드시 교수가 한다.”

-여성암 외에 다른 암에 대해서도 전문센터를 계획 중이라는데.

“올해 중 여성암에 이은 제2의 전문화 사업으로 이대목동병원 안에 ‘위암·대장암 협진센터’를 열 계획이다. 여성암 전문병원으로 우리 브랜드 파워가 커져 이 계획도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

-동대문병원과의 통합 과정에서 잉여 인력이 많이 생겼을 텐데, 구조조정이 있었나?

“동대문병원 직원 450명이 목동병원으로 옮겨왔다. 이 과정에서 한 명도 구조조정하지 않았다. 대신 잉여 인력을 활용해 목동병원의 진료시간을 확대했다. 2008년 3월부터 국내 첫 외래진료 3부제, 토요일 전문의 진료제, 응급의료센터 365일 전문의 대기·진료제 등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직원의 직종 변경과 병원 운영 시스템의 변화에 잘 협조해줬다.”

-외래진료 3부제는 어떻게 운영되나?

“기존의 오전·오후 2부제에서 벗어나 오전(8시11시30분)·오후 1(12시30분4시)·오후 2(4시7시) 등 3부제로 진료해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평일 진료시간을 오전 1시간, 오후 2시간 등 모두 3시간을 연장한 셈이다.”

-토요일 전문의 진료제는.

“토요일엔 전문의 대신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가 진료하는 병원이 많다. 그래서 전문의의 진료를 받기 위해 주말을 넘기는 환자가 수두룩하다.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토요일에도 외래진료를 반드시 전문의가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 7명의 전문의가 순번제로 휴일 없이 응급의료센터에 대기하면서 응급환자를 맞는다.”

-대학병원이 발전하기 위해선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 기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여성암연구소와 임상시험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공간 부족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제3 병원’이 세워지면 바이오 쪽 연구개발(R&D)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본교(이화여대)의 생명과학 수준이 높으므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의료원의 비전을 소개해 달라.

“여성 질환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병원을 지향한다. 이대목동병원·양천 메디컬센터와 장차 의료원의 주축이 될 ‘제3 병원’이 세워지면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의료원이 여성을 강조하다 보면 남성 환자가 홀대 받는 것은 아닌가.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 병원의 남녀 의사 비율이 5대 5다. 환자도 남성과 여성이 절반이다. 여성을 강조한다고 남성 환자를 소홀히 하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남성 환자도 여성 시각에서 세심한 배려를 하면 오히려 더 만족해 한다.”

박태균 기자

최근 이화의료원 변화 일지

● 2007년 8월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에 서현숙 교수 취임
● 2007년 12월 이화의료원, 서울시 양천메디컬센터 수탁경영 계약 체결
● 2008년 3월 이대목동병원, 외래 진료 3부제 실시, 평일 진료시간 3시간 연장
● 2008년 4월 이대목동병원, ‘토요일 정규수술’ 본격 시행(오전 9시~오후 5시 수술)
● 2009년 3월 이대목동병원 안에 이대여성암전문병원 개원(유방암·갑상선암센터, 부인암센터 설치)
● 2009년 9월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자궁근선종 클리닉 개설
● 2009년 12월 이대여성암전문병원, 갑상선 고주파 치료 클리닉 개설
● 2010년 3월 3일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 개설
● 2010년 3월 4일 이화의료원, 국내 최초 여성암 환자 전용 ‘레이디 병동’ 개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