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배양 모종 키웁니다, 과학·신뢰 앞세워 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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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경남 진주의 프랜토피아 종묘온실에서 서은정 대표가 분자육종 기술로 개발한 꽃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 사진은 조직배양 기술을 활용해 개발 중인 다양한 화훼상품들. [농림수산식품부 제공]

그 여자의 비닐하우스엔 900여 종의 꽃과 풀의 모종이 자라고 있다. 경남 진주 진성면 상촌리 프랜토피아의 서은정(44) 대표. 1994년 회사를 세워 식물조직배양 한 우물을 파는 벤처 농업인이다. 이 회사가 농업용으로 판매하는 모종은 160여 가지에 달한다. 딸기·감자 등 농작물류와 국화·안개꽃 등 화훼류가 주종이다. 모종은 유리병 안에서 무균식물체 상태로 조직배양된다.

조직배양 모종은 자연에서 배양된 일반 모종보다 병충해에 강하다. 그래서 농가 수요가 급격히 늘었지만 상업화는 더뎠다. 품질관리가 까다로울뿐더러 꽃이나 열매가 아닌 모종을 공급하는 사업의 특성상 고객과의 신뢰 구축이 힘들었다.

서 대표는 이런 난점을 역이용했다. 엄격한 품질관리로 농가에 믿음만 얻으면 탄탄대로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6년 동안 실패를 거듭한 끝에 2000년에 병 속의 식물을 온전히 자연에서 순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토질 분석과 습도 관리, 날씨에 따른 차광 일수 분석 등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교본에도 없는 최적의 조직배양법을 개발했다. 모종을 공급한 농가에는 잘 자랄 때까지 무료 사후관리를 해주며 신뢰를 쌓았다. 같은 해 경남 진주시 선정 ‘수출 호접란 대량증식 신기술 보급’ 시범농장이 되면서 매출도 급증했다. 2006년에는 제9회 농업과학기술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오늘날 연매출 8억여원에 20명의 직원을 둔 벤처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 조직배양 모종을 대량 생산하는 곳은 이 회사뿐이다.

서 대표는 지금까지를 ‘작은 성공’이라고 보고 신품종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5년 개발한 젤리풀이 대표적 사례. 손이 많이 가는 흙 대신 젤리 성분의 물질에 풀이 자라게 했다. 식물을 키우는 데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를 겨냥한 ‘편리한’ 화훼상품이다. 집에서 딸기를 재배해 볼 수 있는 ‘화분 딸기’도 개발 중이다.

묘목 조직배양 사업도 할 생각이다. ‘녹색성장’ 시대를 맞아 묘목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조직배양 외에도 2차 대사산물 추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예컨대 국화과 풀인 스테비아에서 2차 대사산물인 스테비오시드를 추출하면 설탕의 300배 당도를 유지하면서 칼로리는 거의 제로인 감미료를 만들 수 있다.

남형석 기자

☞조직배양기술  식물의 조직이나 기관·세포 등을 모체에서 분리해 무균 상태로 기르는 기술.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인위적으로 성분을 조성하기 때문에 특이한 유전적 성질의 식물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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