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파벌 조사, 빙상연맹 칼 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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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번에는 확실히 진상을 조사하겠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칼을 빼 들었다. ‘이정수(21·단국대) 사유서 사건’이 커지자 진상 조사를 통해 명백한 진실을 가려내겠다고 나섰다. 연맹 관계자는 최근 “쇼트트랙에 일이 생길 때마다 ‘파벌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다. 예전에는 파벌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고 확신한다. 이번 일을 두루뭉수리로 넘어가면 비슷한 일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확실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수는 21일(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끝난 2010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 발목 부상을 이유로 자필 사유서를 제출한 뒤 출전하지 않았다. 이후 안현수(2006 토리노 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의 아버지 안기원씨가 24일 안현수의 인터넷 팬카페 게시판에 “이정수가 세계선수권 개인전에 출전하지 않은 것은 부상 때문이 아니라 빙상연맹의 부조리 때문”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뒤 파문이 확산됐다.

네티즌은 이를 두고 “파벌 싸움에 쇼트트랙이 무너진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안씨가 이후 방송 인터뷰에서 “빙상연맹 부회장들의 전횡이 심각하다”고 밝히면서 파문은 더 커졌다. 연맹 측은 “연맹이 전횡을 일삼을 수 있는 간단한 조직이 아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맞서고 있다.

핵심은 이정수가 자의로 사유서를 썼는지다. 연맹 관계자는 “올림픽 2관왕 이정수가 다른 선수들에게 양보하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않은 것이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누군가의 강압 때문이라면 반드시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리노=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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