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돈의 뉴욕이야기] 문화에 눈뜨는 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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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세계 문화의 메카' 로 불리는 뉴욕에선 문화에 대한 갈증을 느낄 수 없다.

맨해튼 등 각종 거리에 소위 '예술 인프라' 가 완벽히 구축돼 있다.

특히 '볼거리 문화(미술)' 가 강하다는 게 뉴욕의 강점이다.

뉴욕에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현대미술관(MOMA).휘트니 뮤지엄.구겐하임미술관 등 4대 전시장 외에 브루클린 박물관, 소호와 첼시 지역의 수많은 화랑 등 볼거리 문화가 풍성하다.

뉴욕 화랑들의 주소를 담아놓은 '뉴욕 아트 월드' 최근호에 등재된 소호및 첼시 일대 개인 화랑수는 3백여군데다.

이 때문에 뉴요커들은 "소호와 첼시에서 발에 밟히는 것은 오직 갤러리뿐"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화랑 수가 제 아무리 많다 해도 뉴욕 일원의 모든 미술가들이 이곳에서 자신들의 솜씨를 마음껏 뽐낼 수는 없는 일이다.

화랑 주인이나 큐레이터의 눈에 띄어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되는 화가들도 있지만 평생 그림 한 점 걸어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무명화가의 수도 엄청나다.

이런 점에 착안해 요즘 뉴욕에선 15년 이상 작품활동을 하고서도 화랑에 그림 한번 올려보지 못한 무명화가들에게만 전시기회를 부여하는 이색 화랑업도 등장했다.

그래서인지 뉴요커들은 예술가에 대해 무척 관대하고, 문화와 어울리는 뉴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다.

뉴욕에서 교양인 소리를 들으려면 당연히 한두 개의 문화동호회나 문화소개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최근 들어선 뉴욕 한인들 사이에서도 '이처럼 풍부한 볼거리, 뉴욕의 문화를 즐겨보자' 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뉴욕 한인사회에서는 문화가 거론될 경우 "먹고 살기도 힘든데 '웬 문화생활' " 이냐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문화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는 한인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문화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의 한인들이 문화부문에서도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할 날도 이제 멀지 않은 것 같다.

뉴욕 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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