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정풍정국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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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국 상황이 매우 고민스럽게 돼가고 있다. "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http://www.leehc.com)총재는 25일 확대당직자회의.기초의회 의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이 말을 거듭했다.

민주당이 정풍(整風)파문 때문에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바라보는 李총재의 시선은 미묘하다.

한 측근은 "민주당보다 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정치권 전반의 불신을 초래, 동반추락 가능성도 있다" 고 설명했다.

당 고위 관계자도 "1년6개월 임기가 남은 대통령과 권력핵심이 사정(司正)이나 남북관계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 고 말했다.

李총재의 이날 발언에도 이런 고민이 묻어났다.

그는 "국정을 맡은 정부와 여당이 제 자리에서 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나라 모습이 매우 위태롭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때일수록 야당이 확고하게 자리를 지켜야 한다" 고 강조했다.

李총재는 "국민이 야당을 보면서 기대.믿음.희망을 갖도록 정국을 안정감 있게 운영해야 한다" 며 "이제부터 할 일이 많다" 고 말했다.

李총재는 "언론에서도 야당이 정책을 주도한다고 평가한다" 며 당직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날 확대당직자회의에서 김문수(金文洙)사무부총장은 "최근 당과 총재 지지도가 상승 중" 이라고 공식 보고했다.

金부총장은 그 이유를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고, 안동수 법무장관 인사파동과 잇따른 정책실패 때문" 이라 분석하고 "우리 당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고 말했다.

박성범(朴成範)이북도민위원장도 "최근 실향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과 李총재 지지도가 압도적으로 나왔다" 고 보고했다. 李총재는 "오히려 겸손해야 할 때" 라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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