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를 다지자] 100. 사망사고 부르는 과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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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1998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차량이 뜸한 새벽녘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를 지키는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고, 대낮의 제한속도 준수율도 10%밖에 안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명피해 사고 건수는 속도 증가분의 세제곱으로 늘어나며, 특히 사망자 수는 네제곱으로 늘어난다" 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교통부는 "시속 1백14㎞ 이상으로 운행 중 사고가 날 경우 거의 사망사고로 이어진다" 고 경고한다.

몇년 전 도로교통안전협회가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운전자 4백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절반 이상이 "제한속도만 지키면 사고가 50% 이상 줄어들 것" "위험한 줄 뻔히 알지만 다른 차량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빨리 달린다" 고 답변했다.

국내 운전자들은 제한속도를 보통 12~16㎞/h쯤 초과한다. 중부고속도로(제한속도 시속1백10㎞)에서는 시속 1백30㎞까지, 국도(시속 80㎞)에서는 시속 1백㎞ 까지는 달려도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제한속도를 시속 20㎞ 이상 어기면 벌점을 받고 범칙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경찰청 통계를 보면 전체 사고 건수의 0.3%, 사망사고의 경우 3.0%가 과속으로 인한 사고로 분석돼 있다.

미국.일본 등에서 과속 관련사고가 전체 사고의 30%쯤 된다는 통계와 사뭇 다르다.

우리는 과속차량을 카메라(전국에 9백여대로 촬영하는 데만 매달린다.

하지만 외국은 '도로여건.기상 등에 따라 운전자가 자동차를 정상통제할 수 있는 속도' 를 파악해 적절한 대책을 세운다.

우리는 제한속도를 차로수.설계속도에 따라 정한다. 때문에 제한속도가 시속 30~80㎞로 다양한 국도.지방도로에선 운전자가 혼란을 겪는다.

도시마다 규제기준이 다르고 같은 도로에서도 제한속도가 수시로 바뀌며 과속단속은 거의 없다. 이런 것은 빨리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음성직 교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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