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힘' 부시에 초당정치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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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버몬트주 출신 연방 상원의원인 제임스 제퍼즈의 24일 공화당 탈당선언은 워싱턴 정가에 지진을 일으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

언론은 그의 탈당으로 빚어진 예상치 못한 여소야대로 부시 대통령이 "열차사고" (워싱턴 포스트)를 당했으며 "부시호의 4개월 순항(順航)은 끝났다" (시카고 트리뷴)고 묘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실로 시련을 만났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는 자신이 구호처럼 외쳐온 '초당정치(bipartisan politics)' 를 실현하는 뛰어난 대통령으로 성장할 기회를 잡기도 한 것이다.

부시는 하루 전 운좋게 감세안의 의회통과를 달성했지만 여소야대가 주는 숙제는 수없이 많다. 미사일방어(MD)체계.국방개혁.에너지개발.의료보험개혁 등은 내년 11월 중간선거와 2004년 차기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안인데 모두 민주당의 강력한 견제구를 맞게 됐다.

상원 외교위원장이 민주당 인사로 교체되면 개봉이 임박한 부시의 대북정책에도 '포용강화' 주문이 밀려들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선거 때보다 더 보수우파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러시아.중국.북한 등에 대한 강성외교, 국내외 환경문제보다는 국익과 기업 이익을 우선하는 에너지 개발정책, 강경보수파의 고위직 임명 등으로 그는 보수주의를 강화했다.

상원의 주도세력이 된 민주당은 그에게 중간 쪽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는 중간선거나 재선을 고려할 때 공화당의 주요 득표기반인 보수그룹에서 마냥 멀어질 수도 없다.

그가 어떤 줄타기 묘기를 보일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으름장이다. 에반 베이 상원의원은 "부시 대통령이 마이웨이나 하이웨이를 고집하면 진로는 험난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새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유력한 조셉 바이든 의원은 "바다와 같이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진짜 초당정치' 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 이라고 밀어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태풍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그는 1조3천5백억달러 감세안이 민주당의원 12명의 지지를 받아 상원을 통과한 것을 강조하면서 사안별로 얼마든지 민주당의 협력을 구할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는 24일(현지시간) "나는 미국민을 대신해 성과를 이룩하기 위해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나는 공화당.민주당 모두와 협력하기로 돼있으며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다" 고 천명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서는 전도(前途)에 대한 불안감이 싹트고 있다. 타드 코흐란 상원의원은 "민주당이 대통령의 속도를 떨어뜨릴 방법은 무수하다" 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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