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성과급 '갈라먹기' 변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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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대 A교수는 최근 학과 내 '업적 우수교수' 를 선정하기 위해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가 씁쓸한 경험을 했다.

지난 한해 성과가 뛰어난 교수를 뽑아 5백만원의 '특별 연구장려금' 을 주기 위한 자리였다. 회의는 그러나 시작부터 "누군 주고 누군 안줄 수 없다" 는 주장에 휘말렸다.

"나눠먹기는 안된다" 는 일부의 반발은 묵살됐고, 결국 이 학과는 형식적으로 추천 교수의 이름만 올리되 돈은 전체 교수가 나누기로 결정했다.

이 돈은 BK(두뇌한국)21사업 시작과 함께 지난해부터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서울대에 매년 73억여원씩 나오는 교육개혁 지원비 중 일부다.

대학측은 교수간 경쟁 유도를 위해 올해 이중 22억원(지난해 24억여원)을 우수 교수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기로 했으나 이처럼 의미 없는 돈으로 변질됐다.

◇ '나눠 먹기' 〓B교수는 지난해 우수 교수로 선정돼 연구장려금을 받았다. 그는 "하지만 주변 교수들의 눈치에 못이겨 받은 돈을 스스로 동료 교수들에게 분배했다 "며 "정년퇴임하는 교수에게도 배려 차원에서 돈이 지급됐다" 고 고백했다.

이공계와는 달리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려운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이같은 현상이 더 심하다는 지적들이다.

사회대의 한 교수는 "순서대로 나누는 것이 갈등을 막을 최선의 방법이 아니겠느냐" 고 했다.

지난해 서울대에선 전체 교수의 30%인 4백82명에게 지급된 바 있다.

◇ 관리〓서울대측은 우수교수 선정기준을 '교육.연구.사회봉사 세 부문에서 뛰어난 업적을 보인 교수' 로 제시하고 세부 기준은 학과별로 정하도록 했다.

대학 관계자는 "수혜 대상자들이 합의해 수혜자를 뽑는 구조인 만큼 불공정 요인이 생길 수도 있다" 면서도 "그러나 학과에서 추천한 교수를 반려할 수는 없다" 고 밝혔다.

사업비 집행을 관리하는 학술진흥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육개혁지원비는 대학 재량으로 필요한 부분에 쓸 수 있는 돈이어서 관리가 철저하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다" 고 지적했다.

조민근.김영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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