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청해전 패배 뒤 보복 공언…도발 확인 땐 남북교류 전면 단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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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정보작전처장 이기식 준장이 27일 새벽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6일 밤 우리 해군의 초계함 침몰사고가 만약 북한의 공격으로 결론날 경우 남북 관계는 최고의 긴장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북한 군부가 우리 군에 대해 직접적인 군사 도발을 가한 국면이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재가 없이는 이런 도발이 어렵다는 점에서 사태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사고 직후 청와대에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된 점은 이번 사태의 긴박성을 보여 준다.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도발이 이뤄졌다는 판단에서 우리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나오게 될 게 분명하다. 경우에 따라 남북 관계의 전면 단절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이미 예고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패배 이후 보복을 공언해 왔다는 점에서다. 김 국방위원장은 패전 직후 남포시 서해함대사령부를 방문해 북한 군부를 격려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남북 관계에서 자기들 뜻대로 풀리지 않자 군부 강경파들이 대남 도발을 통한 긴장 조성책을 내놓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의 공격이 규명될 경우 남북 경협이나 교류는 사실상 중단 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북한은 이미 4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현대아산과의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내온 상태다. 북한 군부는 26일부터 금강산 지역의 남측 부동산에 대한 조사를 내세워 우리 정부에 관광 재개를 압박해 왔다. 북한에 대한 옥수수 1만t 지원도 발이 묶일 수 있다. 이조원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 대남라인이 이명박 정부의 일관성 있는 대북 정책에 한계를 느끼자 군부 강경파들이 도발을 통한 기선 제압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발 사실을 북한이 발뺌하고 나설 경우 남북 당국 간 갈등 수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군 정보 소식통은 “반잠수정 어뢰함을 통해 은밀하게 공격을 가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럴 경우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북한이 우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글=이영종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북한의 서해상 주요 도발 일지

- 99년 6월 15일: 북 경비정 서해 북방한계선(NLL) 월선, 연평해전 발생

-10월 30일: 북 경비정 NLL 월선, 해군이 경고사격

-2002년 6월 29일: 북 경비정 NLL 침범, 대청해전 발생

-2003년 5월 3일: 북 경비정 1척 백령도 동쪽 NLL 월선

- 2004년 7월 14일: 북 경비정 NLL 월선, 해군이 함포사격

- 2004년 11월 1일: 북 경비정 3척, 서해 소청도 동방 6.5 마일 및 연평도 서방 25마일 해상 NLL 월선, 해군이 경고사격

- 2005년 11월 13일: 북 경비정 1척, 어선 9척, 연평도 서남방 NLL 월선

- 2009년 9월 4일: 북 경비정 1척, 백령도 동북방 10㎞ NLL 월선

- 2009년 11월 10일: 북 경비정 1척, 대청도 동쪽 6.3 마일 NLL 월선, 남북 해군 교전

- 2010년 3월 26일: 해군 초계함 천안함,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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