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남미 협력포럼] 중남미를 어떻게 봐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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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중남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중남미 협력포럼’이 2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변선구 기자

지난 4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심이 커진 중남미 지역을 재조명하기 위한 '한.중남미 협력포럼'이 2일부터 이틀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중앙일보와 외교통상부, 산업자원부, 한.중남미협회, 무역협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이 공동 주최한 이 포럼에는 국내외 전문가 50여명이 참석해 지역 통합 동향과 상호 협력 확대 방안 등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중남미 정치 상황과 우리의 시장 진출 확대 방안을 중심으로 이날 논의 내용을 요약한다.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8차 한.중남미 협력포럼에서는 중남미의 정치 현황과 전망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오갔다. ▶민주주의 본질에 대한 중남미 국민의 시각▶대통령제와 정당정치에 대한 인식▶빈곤.부익부 빈익빈.부정부패 등 사회.경제적 불평등 현상의 심화 등이 주요 의제였다.

특히 유엔개발계획(UNDP)이 지난 5월 발표한 '중남미의 민주주의'라는 보고서가 화제가 됐다. UNDP는 보고서에서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 이후 많은 중남미 정치 지도자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절반 이상의 중남미 사람들이 '경제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민주정부가 아닌 권위주의 정부가 등장해도 상관없다'고 답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곽재성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중남미의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시각은 단편적 주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그 근거로 ▶아이티를 제외하고는 모든 국가에서 민주적인 선거에 의해 지도자들이 바뀌었고▶UNDP의 또 다른 조사결과를 볼 때 응답자의 64%가 권위주의적인 정부보다 민주적인 정부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즉 중남미인은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선호하면서도 현 정부나 정치권에 의해 민주주의가 운영되는 방식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로 민주주의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자유시장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각종 개혁작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악순환 속에 지난 4년간 중남미 지역의 빈곤층은 44%로 증가했고, 특히 하루에 한끼 먹기도 힘든 극빈곤층이 19.4%에 달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곽 교수는 "날로 심각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제대로 된 정착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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