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CEO, 3박자 갖추면 불황에 끄덕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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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기업인에게 불황은 거북하지만 피할 수 없는 존재이며, 강한 기업을 만드는 시험대다. 불황에 강한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한상공회의소(http://www.kcci.or.kr)와 중앙일보가 23일 서울 상의회관에서 공동개최한 '불황에 강한 기업, 무엇이 다른가' 세미나의 결론은 크게 '나만의 장기' 와 '끊임없는 변신' , 그리고 이를 주도할 '유능한 최고경영자' 로 요약된다. 토론 전문은 24일 이후 (http://www.kcci.or.kr)에서 제공

◇ 변해야 산다=주제발표에 나선 조영호 아주대 교수(경영학)는 "디지털 혁명과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물량 위주의 확장경영과 온정적 가족주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면서 "수익.혁신 등 가치 위주의 경영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 말했다.

강석진 제너럴 일렉트릭(GE)코리아 사장은 "GE가 불황일수록 돋보이는 회사가 된 것은 1980년대 초부터 끊임없이 변신한 덕분" 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조.금융.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군을 지닌 GE는 경기변동 주기가 긴 사업부문의 실적이 좋아 불황에 민감한 업종의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위기관리를 체질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97년에 시장점유율.가격전쟁.산업 스파이 등 1백44개의 위험요소를 정해 이를 관리하는 전담팀을 만들었다.

델타항공도 10년 장기 사업전략을 짤 때 불황이 두번 온다는 가정을 세우는 시나리오 경영을 하고 있다.

◇ 핵심역량 키워야〓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략경영실장은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다섯가지 비결로 ▶엄정한 최고경영자(CEO)승계 절차▶철저한 브랜드 관리▶기업윤리 중시▶위기관리 시스템 구축▶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꼽았다.

손영호 아더앤더슨 전무도 "기업이 불황을 벗삼을 수 있으려면 고유의 장기를 키워야 하며 이를 위해 세가지 방법이 있다" 고 말했다. 세가지란 ▶사업구조조정(IBM.이스트먼 코닥)과▶인력감축(IBM.필립스)▶원가절감 및 내부 효율화 추진(컴팩.폴크스바겐.도요타).

사업구조조정의 경우 '20/70' 원칙(20%의 제품군이 회사 매출.이익의 70%를 점한다는 뜻)에 따라 한계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가절감도 쉬운 것부터 할 게 아니라 어렵더라도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라고 권했다. "광고비나 간접 인력.연구개발 투자(R&D)등을 줄이기보다 구매.신제품 개발.고객서비스 등 주요 업무 흐름에서 생기는 비효율을 제거하는 게 근본대책" 이라는 것.

◇ CEO가 주역〓손영호 전무는 "CEO의 역할은 점점 더 기업 운명을 좌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면서 "외국의 초일류기업들처럼 차세대 CEO 후보를 뽑아 훈련시키고 자리를 물려주는 승계 프로그램을 정착할 때" 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구조조정과 업무혁신은 조직에 큰 충격을 주는 일이어서 GE의 잭 웰치처럼 강력한 CEO가 진두지휘하지 않으면 이루기 어렵다" 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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